[대상]
복숭아 처녀 / 김명숙
그녀가 말하던 동네를 물어물어 가다가
굽이굽이 돌아나오다 다시 찾아가는 길
햇살은 붉은 빛을 토해내고 돌담도 흙담도
혓바닥처럼 달아오르는 팔월의 한낮
내 맘 속 그리움으로 남아있던 아이는
복숭아밭에 갔다 온다며 얼굴 붉히는 수줍은 새
내 맘 속에 걱정으로 자리했던 그녀는
탈탈 자전거 밟으며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봉숭아 꽃물 들이는 장독대의 저녁 무렵
열 손가락 칭칭 묻어나는 사랑에
하늘에는 잠자리가 빙빙 맴을 돈다.
마주한 웃음 메아리로 깔깔대는데
그녀의 복숭아도 환한 웃음 짓는다.
살아 온 이야기는 마당으로 퍼지는데
무거운 짐보따리 하나 마당에다 털썩 내리고
복숭아 양푼에 가득 행복한 추억을 담는데
마루 건너 밭에서는 복숭아가 또 웃고 있다.
[우수상]
복숭아의 사랑 / 이병룡
이른 아침
박새 한 마리가
복사꽃 피는 소리도
듣지 않은 채
나뭇가지에 발자국만 남기고
다른 나무로 날아간다
흰나비가 일으킨 물결이
나른한 복사꽃의 한낮을
살짝 흔들고
바쁘게 지나가던 바람이
복숭아나무 밑에서
졸고 있던 누렁이 털을
후욱 털고 지나간 것뿐인데
그날,
복사꽃은
소리 없이 머리를 올리고
기어코 쳐들어오는 햇살의
따뜻한 끝점을 위해 문틈을 열어 두었다
[우수상]
복숭아 / 김용철
풋풋한 가지마다
종이 꼬깔 쓴 열매
그것은 소망을 매달아 놓은
마음의 종이다
도회지로 유학 보낸 아이
환한 얼굴 어루만져줄 손길이요
노부모 공양할 양식이고
따뜻한 아랫목 아내와 나눌 정이라
염원의 종 매달아 놓고
날마다 땀방울로 혼을 울린다
보리수 아래 석가가 깨달음의 수행 하듯
아흔아홉 날 비바람과 햇살에 씻기며
고행을 함께 하여 빚은 종소리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고운 모습 우화의 껍질 벗는 날
아비가 딸을 시집 보내듯
꽃가마 태워 너를 보내리라
[우수상]
복숭아 예찬 / 홍미영
동그란 두볼에 흐르는 붉은 수줍음은
움푹 파인 골을 지나 살색 설레임으로
흐르고 또 흐른다.
누구를 향한 부끄런 속내일까?
얇은 껍질속 떨리는 속살이 행여나 보일까
초록빛 이파리로 얼른 몸을 숨기니
아마도 부끄런 새색시 맘인가 보다.
단아한 너를 두손에 조심스레 담아보니
몸안엔 부끄런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몸속엔 파란 가을 하늘이 가득 들어있구나.
부끄런 속내가 하늘하늘 가을꽃이 되었구나!
수줍은 달콤함의 고운 향내가 혀끝을 감돌고
아름다운 모양새가 나의 온몸을 휘감는 가을날
탐스런 복숭아 고운빛 수줍은 숙명은
그렇게 부끄런 속내를 몸안에 가득 담고
설레임과 두근거림속 깊은 행복을 전하는
고개숙인 부끄런 새색시 아름다움인가 보구나
[우수상]
복숭아의 가르침 / 박기정
따뜻한 봄햇살 받으면 외롭게 자라난 복숭아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반가워하며 자신의 살갗이
젊은 여인의 발그레한 볼살 색깔로 바뀔때
복숭아는 여물 때로 여물어 건드리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빨갛고 흰 풍선으로 변하고
그런 복숭아의 단아한 색동옷을 들춰보며 나는 행복합니다.
색동옷을 들추고 나면 홍안의 미인은 사라지고
이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함박눈이
여름에 지친 나를 식혀줍니다.
나만 더위를 식히고 나니 남은 것은 나의 어머니의 주름살
같은 복숭아 씨앗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나는 후회합니다.
홍안의 미인이셨던 어머니가 나만의 목마름을 채워주시고
이제 보이는 것은 주름뿐..
복숭아를 보며 나는 오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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