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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풍선 / 이선옥

서랍을 열자 빨간 풍선 하나가 후- 숨을 내쉰다 둥지 속 알처럼 그 누군가의 따스한 꿈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미처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한 알속에는 어둠이 녹아 흐른다 알이 꿈꾸었던 날개가 자라지 못한 채 초승달처럼 기울어진 풍선을 가만히 집어든다 나는 풍선을 불고 싶지 않다 새가 되고 싶어 그 동안 날려보낸 꿈들이 이리저리 찢기고 돌아온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날개를 짜느라 손발이 부르트고 짓물러도 꿈을 키우는 재미에 힘든 줄 몰랐었다 그러나 매번 내게 돌아온 것은 구멍난 희망 껍데기뿐이었다

손바닥 위 풍선은 필사적으로 숨결을 몰아쉰다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듯 기울어진 제 몸을 부풀린다 마치 이제라도 날개를 달아주면 아무리 먼 곳의 별이라도 다 물어올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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