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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葬 / 정광주


           세찬 물때 맞아 몸살 앓는 부두에
           이제 돌아와 비로소 젖은 노제 지내는
           참방이는 수면의 저 깊은 한사리. 

           개기일식에 가려진 짙은 어둑살 너머
           침잠의 포구로 잦아드는 새의 그림자가
           부유하는 해면 위 식은 햇살을 비질한다.

           지새고 나도 한 없이 되돌던 지난한 세월 
           월령을 채운 만월에 시월은 한기를 내뿜고 
           풍어의 기쁨 속 뒤척이며 긴 밤 설레던 
           집어등 춤추는 불면의 날이 마감되면 
           집채 넘는 너울에도 고요한 숙면은 왔다.

           생애의 끝에서 파랑주의보는 소멸하고·
           창백한 사각의 창에 갇힌 흑백사진 속 
           굵게 주름져 해맑은 초로의 어부는 웃고
           다가올 미명에 문 여는 선창아래서 
           비린내 배어나는 햇살에 몸을 닦는다.

           푸름의 세월을 한껏 조율하던 바다에서
           망실해 뒤돌아보는 아득한 일월의 저편 
           흐려지는 시야에 만선의 깃폭을 내리고
           이제 삼베로 마름질한 고름을 꼭꼭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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