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어부葬 / 정광주
세찬 물때 맞아 몸살 앓는 부두에
이제 돌아와 비로소 젖은 노제 지내는
참방이는 수면의 저 깊은 한사리.
개기일식에 가려진 짙은 어둑살 너머
침잠의 포구로 잦아드는 새의 그림자가
부유하는 해면 위 식은 햇살을 비질한다.
지새고 나도 한 없이 되돌던 지난한 세월
월령을 채운 만월에 시월은 한기를 내뿜고
풍어의 기쁨 속 뒤척이며 긴 밤 설레던
집어등 춤추는 불면의 날이 마감되면
집채 넘는 너울에도 고요한 숙면은 왔다.
생애의 끝에서 파랑주의보는 소멸하고·
창백한 사각의 창에 갇힌 흑백사진 속
굵게 주름져 해맑은 초로의 어부는 웃고
다가올 미명에 문 여는 선창아래서
비린내 배어나는 햇살에 몸을 닦는다.
푸름의 세월을 한껏 조율하던 바다에서
망실해 뒤돌아보는 아득한 일월의 저편
흐려지는 시야에 만선의 깃폭을 내리고
이제 삼베로 마름질한 고름을 꼭꼭 여민다.
'문예지 신인상 > 부천신인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7회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작 (0) | 2011.03.06 |
---|---|
제6회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작 (0) | 2011.03.06 |
제4회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작 (0) | 2011.03.05 |
제3회 부천신인문학상 당선작 (0) | 2011.03.05 |
제2회 부천 신인문학상 수싱작 (0) | 2011.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