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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 / 문신진
7월의 태양이 연못에 빠질 때마다
소금쟁이는 가슴을 비틀고 있었어요
저 영감탱이를 몰아내고 왕이 되리라
민들레 홀씨 눈처럼 내려앉던 어제 오후
신경통에 삐걱거리는 다리를 끌던 영감을
꼴사나운 개부들 틈에 쓸어 넣고 만세를 불렀지
물방개 풍뎅이 연꽃위의 무당벌레까지
나의 등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 같았어
무덤덤한 버들가지 빼고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움츠린 각시들을 모아놓고
허풍을 쳐대며 오만스럽게 그들 주위를 맴돌았지
내가 너희들의 지아비니라
연못에 주저앉은 구름조각을 밟으며
구럼처럼 번성할 내 후손들을 생각했지
아들이 아들을 낳고 손자가 손자를 또 볼 때까지
가로지른 은빛 거미줄 아래
부푼 꿈은 또 하나의 금빛 줄을 포개고 있었지
말잠자리가
나를 부퉁켜안고 하늘을 오르는데
울며 손 흔드는 각시들 꿈속처럼 희미한데도
중얼거렸지, 아들이 아들을 낳고, 손자가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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