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우주입니다 / 김창래
내 기다림은 피가 생깁니다.
신장병 완치 약이었습니다.
남들은 피가 마른다던데 나는
기다릴 일이면 건강한 독수리가 됩니다.
기다리는 동안은 내 가치가 높아집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기다리는
강물의 흥분을 만나 보았습니다.
밤잠도 없는 강물들의 흥분 소리
물이 된 것을 행복해하는 아우성의 힘
샘물이 개울물로 강물로 나이아가라 폭포로
집결하는 기다림의 영원 碑가 되는 바다로
기다림 한 낮이면 피가 졸아든다는데
내 성욕은 바다로
맑은 햇빛 산으로 승화됩니다.
기다리는 내 모습 안에 고이는 내 눈물은
기다림으로 모여 생생한 고백으로 되는 피
남들은 기다림이 늦거나 만나지 못하면
병에 실망에 노이로제에 걸려 자살도 한다지만
나는 생명이 깊어지는 바다 日記를 씁니다.
만나고 기다림은 한 침대입니다.
포도가 쨈 되기 기다리는 동안 생명은 불
이 불은 기다림의 사랑입니다.
새로운 기다림은 항시 설레는 출발신호입니다.
여름 기다림이 없는 봄 꽃은 죽음입니다.
가을 과육은 여름이 남긴 기다림이지요.
과목이 잉태한 생명 맛
겨울을 이긴 씨앗은 봄이 기다려 준 절정이지요.
이 씨앗을 위해 오는 봄을 사랑이라 하지요.
기다림 그림이 전시된 굴에
빛은 태양보다 밝아
태양보다 먼 곳을 기다린다 해도 보이기에
내게는 오늘 의미가 기다린 날이라 더 밝습니다.
이는 기다림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종이로 바다를 먹물로 기록되는 기다림은
지금도 창조되는 우주를 만납니다.
[당선소감] "생명의 자유에 실어본 작품"
분명히 기다렸습니다. 내 기다림은 내 몫이 아니고 나를 기다리는 곳에 있기에 지루하지 않습니다.
당선 소감은 내 기쁜 흥분이 차지하고 나는 그 흥분을 승화시키는 자리에서 비껴 새로운 기다림의 산을 탑니다.
산골에서 자란 탓에 사춘기 성욕이 일때면 뒷산으로 뛰어 오르다 숨차면 두러누어 하늘을 봅니다. 소나무 송충이 갈 잎 곤충들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 구름 이런 것들이 서로 너무 친하고 정다워 보여 "야! 너희들 정말 부럽다." 하는 정서에 내 성욕은 스스로 승화되는 겁니다.
그 후 저는 명산이건 야산이건 몇 번 간 산이건 산에 들기 전 인사를 산에 합니다.
산이 제일 싫어함은 "사람 새끼"라는 소리를 들은 후 더 산에 정다운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그때마다 새로운 산의 속살을 내게만 보여줍니다.
수박밭을 아무리 많이 봐도 수박한 조각 맞보는 것만 못하다는 표현이라 할까.
산에 인사는 산에 들어가는 방문객 예의 이지요. 그 후 산을 관광 눈으로 보는 산과 산 속에서의 산은 다름을 체험 합니다.
저는 이런 산에서 기다림을 보았습니다. 어제가 오늘이 아니고 오늘은 내일이 아닌 것을 성경에서 말하는 "새로운 하늘땅"은 어제와 전연 다른 새 생명인 오늘 것을 알려 준 산.
산 물을 기다리는 바다가 있고 바다가 기다리는 산이 있음을 본 후 내 기다림은 지칠 수 없고 우주가 산을 타는 동작을 밤마다 봅니다. 이산이 기다림의 장소입니다.
내 기다림은 당선이 아니고 글자에 산을 담아 일는 여생입니다.
내 기다림은 우주보다 귀한 생명의 자유에 실어본 작품입니다.
진정으로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님들에게 제가 믿는 하나님의 복을 빕니다.
무망 중에 소감 인사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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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詩창작 40여 년 집념의 산물"
선자가 넘겨받은 작품은 41인의 198편이다. 우선 놀란 것은 응모자가 거의 20대를 넘어서 있다는 것이었다. 20대 두 사람, 30대 한 사람, 그리고는 모두가 40대를 웃돌고 있었다. 종전과는 다른 현상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젊은 층의 관심이 시와는 멀어지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중·노년층의 관심이 사회적 여건 등에서 시문학 쪽으로 쏠린 것인가. 어쩌면 ‘60에 문장’이라고, 바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아쉽기도 하였다.
최종선에 오른 응모자는 김범남(광주), 선단(전주), 박예분(전주), 김중수(익산), 김현호(전주), 임상훈(김제), 김형태(서울), 최일걸(전주), 김창래(인천) 제씨였따. 모두 그동안의 시작 연조를 느끼게 하는 수준작들이었다. 자연·인간사에 걸친 소재도 다양하고, 시행으로의 사회적 풍자성도 놀라웠다.
이 중에서 당선작 결정이란 쉽지 않았다. 특히 최일걸씨의 ‘고수내 연가’와 김창래씨의 ‘기다림은 우주입니다’를 놓고는 더했다. 다같이 내려놓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고수내 연가’를 내려놓기로 하였다. 최씨에겐 이미 동화·희곡 분야에서 신춘문예 당선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김씨는 오직 시의 창작 만에 40여년 간의 집념이었다. ‘하늘을 종이로 바다를 먹물로’ 자기 시를 들어내고자 한 끈기였던 셈이다. 자기 시의 빛을 기다리고 노력한 그 ‘기다림’의 미학을 높이 사기로 하였다.
- 심사위원 최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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