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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어 좋은 날 / 김광희

 

 

도마 위에 퍼덕이는 순풍씨는요 한 마리 바다여

입이 댓 발 나온 분녀가 단칼에 기절시키고

바닥만 긴 미주구리* 아랫도릴 올려쳤거든요

성난 파도로 일어서던 비늘이

날 무딘 칼날에 힘없이 쓰러지데요

두터운 파고를 한 숨에 쓰윽 떠냈어요

대추씨 만한 부레

저렇게 작은 꿈 가지고 태양 향해 펄떡였던가 봐요

물컹한 가문에 뼈대라도 세우려는지

발라낸 뼈에서 활시위처럼 탱탱한 시간이 꽉 찼어요

가실 삼켰던지 살 속 깊이 박혔네요

바람 부는 데로 출렁였던 것은 고통의 몸부림이었던가

천 날 만 날 바람 들락였을 허파는 다 녹아 없어지고

참빗 같은 아가미에 그 바람 걸렀던 것 같아요

어딜 쏘다녔던지 얼룩진 상처 비릿한데

바다 깊은 심장 속에서 헤엄치는 분녀

꼬들꼬들 바다를 씹는 달디단 성찬 차려

황홀한 순풍씨, 쇠주 한 잔 받으셔

 

* 미주구리: 물가자미의 경상도 사투리

 

 

 

 

떠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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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주최 2006 신춘문예 입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6일 오후 2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본보 임병찬 사장을 비롯한 본보 임직원과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최정주 씨·수필가 국명자 씨 등 심사위원, 각 부문 수상자와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수상자는 김광희, 김순희, 노경찬 씨로 상패와 상금을 수여됐다.

 

시 부문 수상자인 김광희 씨는 수상 소감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보니 당선에 대한 기쁨을 알 것 같습니다. 문학과 동떨어져 많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 신춘문예에서 남편에 대한 측은지심을 담은 작품 ‘바람이 들어 좋은 날’을 통해 읽는 이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풍자적 기법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끌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 활동을 하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뒤늦은 5년 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경주문예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며 남편과 함께 시를 쓰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고.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임용고시에 합격한 딸과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주부이기도 한 김씨는 올해 겹경사가 겹쳤다는 말과 함께 행복한 마음을 피력했다.

 

김씨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봐왔다”며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에 누가되지 않도록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나가 첫 번째 작품집을 내는 것이 앞으로의 소망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승범 심사위원은 “올해는 과거 그 어느때보다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이 빚어졌다”고 신춘문예의 높은 수준을 평가한 후 “당선자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이제 시작이라는 자세로 글을 쓰는 데 정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본보 임병찬 사장은 “접수된 500여 편의 작품을 꼼꼼히 심사해 주신 심사위원들에 우선 감사드리고 좋은 작품을 내주신 수상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입상자들은 전북도민일보를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왕성한 창작활동에 더욱 전념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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