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이지우
뭘 해도 안된다는 친구의 주정은
날 가지고 하는 복화술이다.
젊어선 많은 경험 쌓으라던데
집에선 그 방황 어찌 견딜까
그저 집 평수만한 시야로
앞날을 꾸려본다.
젊음이란 아름답다며
이쁘장한 가수는 지저귀고
못난 우리는 그 노래 따라 짖으며,
못사는 걸 알고도 잘살려고 하니
리얼리스트에다 이상가라며
스스로에 체 게바라의 초상을 붙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수염 없는 혁명가 하나
노을 지는 가로등에 기대고는 읇조리니,
나는 못나도 내 삶은 못나지 않기에
꽃이 피는 청춘 아름답지 못해도 아름답거라.
디스 한 개비 다 타들어가고,
고이 잠든 어미 깨우러 간다.
사춘기 / 정민아 (동덕여자대학교 문창과 4학년)
나를 불어줘요! 비눗방울처럼 당신의 입술에서 나는 다시 투명하게 부풀어오르고 싶어요 당신의 입김은 새 엄지발가락을 톡 튀어 오르게 하고 그러면 몸 구석구석에서 발가락같은 작은 돌기들이 버섯처럼 솟아오를 거예요 내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요! 내 겨드랑이에선 나물들이 돋아나요! 나는 꼼지락거리며 나를 일으킬 거예요 날아갈래, 요 다듬어지지 않는 까칠한 말들 사이로 '하지만'은 없어요 '그러나'도 없어요 내 가슴팍에는 가슴이 봉긋 솟아오르고, 나는 남자할래요 흰 뼈들은 옆구리에서 발라내 그냥 버려요 나를 빗장뼈로 닫지 말아요 쉼표로 날 열어요 나를 일간지처럼 읽지 말아요 할 수 없으면 그냥 덮어요
4인용 식탁
아침 6시 30분
사마귀 같은 의자가
식탁 위에 아침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체크무늬 교복에 담겨진 고3 아들이
식탁 위에 차려진 밥상을 보고
의자에 앉는다
첫번째 의자가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부장 손이 들어오는 팬티에 걸쳐진 딸이
두번째 의자에 앉는다
두번째 의자가 딸을 먹기 시작한다
가슴 한복판에 퇴직서가 꽂힌
아빠도 앉는다
이혼서류의 엄마도 앉는다
배고픈 의자들
삐그덕대며 씹기 시작한다
식탁 위에 오고가는 말 하나 없이
네 식구가 조용히 사라져 간다
끄윽, 의자가 트림을 한다.
그녀의 노래
그녀의 입에서 툭툭 혀가 튕겨나와요
그녀는 줄에 혓바닥을 매달아요
바람이 불어와요
나뭇잎처럼
혓바닥들이 한꺼번에 흔들려요
우수수 떨어지는 것들은
없어요
혓바닥이 나를 길게 핥아요
나는 분홍색 캐러멜처럼 쭉 늘어나요, 고인 침을 삼켜요, 날 흘리지 말아요
나는 위태롭게 흔들려요, 쓰러지지않아요
연골이 생크림처럼 부풀고 나는 부드러운 춤을 추어요, 나를 더 길게 핥아줘요
그녀의 혓바닥들이 내 못에 달라붙기 시작해요,
떨어지지 않아요
나를 점점 덮어가요
나는 하와처럼
사라져가요
'대학문학상 > 대산대학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제6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베로니카 외 3편 (0) | 2011.02.07 |
---|---|
[스크랩] 2006년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감상 - 백상웅 (0) | 2011.02.07 |
[스크랩] 2004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0) | 2011.02.07 |
2003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0) | 2011.02.07 |
2002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0) | 201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