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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술집에 전등은 모두 여섯

 알코올에 온몸 흠뻑 젖을 때까지

 사람들은 잔을 기울인다

 바람한 점  없는 술집에서 전등들은 보이지않게 흔들린다

 사람들이 잔을 기울일 때마다

 보 일 듯 말 듯,  조그맣게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다

 밤마다 사람들은 술에 젖은 입술로 시를 쓴다

 

 그들의 하루를 시로 쓰자면 몇천만 가지 표현으로 부족하다

 사람들의 얼굴은  서서히 주홍빛으로  물든다

 창작의 고통은 혀가 꼬이고 눈동자가 풀렸다

 어떤사람은 단어를 쏟아내느라  입에서

 붉은 토사물이  넘쳐 나오기도 한다

 

 대머리 시인, 팔불출 시인, 사업가 시인,깡패 시인, 미성년자

 시인,바람둥이 시인, 발기부전 시인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시들을 들어달라 아우성친다

 그 아  우  성 속에서

 늙은 노새처럼 또 하루의 밤이 깊어간다

 

 그들의 머리 위에서 전등들은 시를 쓴다

 다음날이면 기억해내지 못할

 그들의 시어를 가지고 글을 쓴다

 인간들을 그려내는 것이 전등이 하는 일,

 그곳에 매달려 있는 이유다

 

 시처럼  콩나물을  씹어대고

 오징어를  찢어대도

 전등은 말이 없다

 침묵하라!  침묵하라!

 쓰기 위해선 침묵하라!

 자신을 뜨겁게 달구는 것

 술집에 전등은 모두 여섯

 영업이 끝나고 불이 꺼지면

 전등들은 제각기 자신이 쓴 작품을 발표한다

 어떤 전등은 큰소리로 낭독하기도 한다          -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출처 : 지리산을 사랑하는 문학모임
글쓴이 : 지리산 원글보기
메모 :

 

괄호론 / 서덕민

 

괄호는 묶음의 형식이지만

비어있음의 형식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잔득 묶고 있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괄호는 어쩌면

모호함의 형식일 수도 있다

가령 내 어머니가 그렇다, 그녀는

주로 미지수를 묶고 다니므로

무엇인가를 들어 있다 할지라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아니, 텅 비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괄호는

등호를 거리낌없이 뛰어넘어도

결코 균형이 무너지는 법이 없다

괄호가 사라진 자리에 어롱어롱한 자국

어머니란 한 쪽 변에

잠시 여자를 비워둔 여자일까

 

미지수를 묶고 다니는 그녀

미간을 둥그렇게 찡그리며

눈물을 흘리면, 작고 예쁜 괄호가 생긴다

내가 앓아야 할

세상의 모든 아픔 앞에서

그녀의 눈가는 언제나 먼저 축축해지는 것이다

나도 별 수 없이 그녀의 괄호 안에 묶이는 것일까

그렇게 그녀가 모두 묶어서

미리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일까

 

괄호란 여자의 형식이다

어렵고 아픈 것들로 가득 찬

텅 비어 있는 내 어머니의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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