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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거처 / 이정록

 

 

개구리의 눈은 쌍무덤이다

저승을 열었다 닫았다 이승 쪽에 긴 혀를 내민다

오뉴월에 상을 치러본 사람은 안다 곡비哭婢의 무덤이다

등에는 산판 작업복을 배에는 상복을 지어 입었다

 

개구리의 영혼은 뒷다리에 있다

넓적다리의 무게가 없다면 물 밖으로 눈을 내놓을 수 없다

먼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가 물밑 하늘에 배를 대고

구름의 능선을 넘는 상여처럼 비스듬하게 떠있다

뒷다리에서 얼이 빠져나가면 수장水葬이다

상복이 하늘 쪽으로 뒤집힌다

 

사람의 영혼도 머리나 심장에 있는 게 아니다

허벅지에 있다 위엄 있게 죽는 게 소원이지만

병실에 눕혀진 채 자신의 눈자위에 무덤을 파는 사람들

나날이 솟구치는 사성莎城*, 침상 머리맡 좀 올려달란 말과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남은 열 마디 가운데에 여덟아홉이다

귓구멍이며 혀뿌리까지 구름이 몰려들건만

새 다리를 허우적이며 바깥세상에 시비도 걸고 싶다

 

침대 좀 세워 줘!

꺼져드는 묘혈墓穴을 링거 줄이 잡아당긴다

수액이 스미는 만큼 가라앉는 뒤통수, 이장移葬한 무덤자리처럼

베개도 쉬이 꺼진다 땅땅했던 영혼이 졸아들기 때문이다

등짝 어디께로 운석이 떨어진다 화상이 깊다

등창燈窓, 부화의 실핏줄이 번지기 시작한다

뒤통수가 어린 새의 부리 같다

세웠던 침상을 뉘고, 야윈 새처럼 등을 보이며 엎드린다

비상을 도우려는 의사와 간호사의 흰 날개깃이 바빠진다

죽음은 영혼을 부화시키는 일, 허벅다리에서

배까지 올라온 영혼의 새가 머릿속으로 치고 올라온다

이윽고 숨이 멎는다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흰 깃털이 스르륵 덮힌 다

수평을 잡고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구름장에서

다리가 긴 빗줄기가 내린다

 

장례식장 사층, 신생아실에선

겨우 발가락만 내민 올챙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작은 주둥이가 햇살에 마르지 않도록

탯줄의 이똥이 천천히 떨어진다, 강보에 누워

다리를 들고 꼼작인다 첫 걸음마는 날갯짓을 닮으리라

발가락 끝마디에 물방울 추를 매달고

허공에 걸음마를 내딛는 어린 영혼들

 

* 묘혈墓穴을 보호하기 위해 무덤 뒤에 반달 모양으로 둘러막은 둔덕.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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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가 주관하고 서울 종로구가 후원하는 '8회 윤동주 문학대상' 수상자로 시인 이정록(49)씨가 22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영혼의 거처' 9편이다.

 

한편 '젊은작가상''저녁의 계보' 4편으로 시인 김병호(42)씨에게 돌아갔다.

 

이씨와 김씨는 상금 1000만원과 300만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928일 오후 5시 서울 청운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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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집터에서 마지막 기념 촬영 / 김용택

 

 

논두렁콩이 잘되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어머니의 살은 콩알처럼 햇볕에 탄다.

콩은 낫으로 베지 않고 호미로 꺾는다.

뿌리째 뽑히기도 해서 흙을 탈탈 털며 핸드폰을 받는다.

, , , 그래 잘 있다. 너는? 올해는 콩들이 다닥다닥 붙었구나.

그래,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게 마련이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머니, 그건 이제 야생 감나무에게도 해당되지 않은 옛말입니다.

나는 다달이 작고, 넘을 고개는 오를수록 까마득하게 가파르기만 합니다.

내년이 있어서, 농사꾼들은 그래도 그 말을 믿고 산단다.

퇴근할 때 붓꽃을 꺾어 들고 강 길을 걸었다.

아내는 강 건너 밭둑에서 나물을 뜯고

아이들은 보리밭 매는 할머니 곁에서

강 건너온 흰 나비를 쫒고 놀았다.

아내는 할 말이 많은 날은 오래오래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문 산을 머리에 이고 징검다리를 건너면

강물에 어른거리는

햇볕이 이마에 따갑다는 것을

아내도 알게 되었다. 바짝 메마른 입술,

하얀 수건을 쓰고 아내가 마당에 앉아 콩을 털 때쯤이면

마른 감잎들이 마당 구석으로 끌려갔다. 아이들은 달아나는 콩을 줍고

어머니는 강 건너 밭에서 콩을 가져왔다.

뒤틀린 마른 콩깍지 끝에서 불꽃이 일고 콩깍지가 터지면서 다시 뒤틀리고

한쪽 얼굴이 까맣게 탄 콩이 튀어 부엌바닥으로 떨어졌다.

강변에서는 찔레꽃 붉은 열매가 익는다. 콩이 많이 열기도 했구나.

올해도 빈 콩깍지같이 빈 집 몇 채가 저절로 폭삭 내려앉으며,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고 마을에서 사라졌다. 집이 사라지니,

저쪽 들길이 문득 나타나 텅 비는구나.

허망하다.

벌레 먹은 콩잎, 그 구멍으로 햇살이 새어 들고,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사이로 어머니의 살은 지금도 붉게 탄다.

우리 집 바로 뒤 당숙모네 집은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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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64·사진) 시인이 2012 윤동주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김용택 시인은 내가 살던 집에서 마지막 기념 촬영4편의 작품으로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수상자가 됐다. 윤동주문학대상 행사는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대표 박영우)가 주관하고 서울 종로구 후원으로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시상금 1천만 원이 주어진다.

 

시상금 300만 원이 주어지는 젊은 작가상 부문에는 박성우(40) 시인의 어떤 통화4편이 선정됐고 해외동포문학상 부문에는 이성애 소설 귀향이 선정됐다. 윤동주민족상 부문에는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이, 윤동주평화상 부문에는 곽덕훈 한국교육방송공사 EBS 사장이, 윤동주예술상 부문에는 김종환 미래성형외과 원장이 각각 선정됐다.

 

미주서시문학상은 정두현, 이성애 씨가, 시인문학상에는 정운산 시인의 시 벚꽃 길 여심2편과 최원국의 수필 배려의 기쁨1, 이영진 시인의 시가 당선됐다.

 

심사위원은 유안진, 신달자, 도종환 시인과 임헌영, 유성호 평론가, 박영우 대표가 참여했다. 시상식은 내달 2일 오후 6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갖게 된다.

 

시상식 당일 오전 10시에는 올해 윤동주상 수상자와 함께 인사동에서부터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걷는 문학둘레길 걷기대회1천여 명의 시민들이 동참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날에는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일본시민 30여 명이 참석해 한일 윤동주 문화의 밤도 함께 열린다.

 

역대문학대상 수상자는 제1회 이재무, 2회 안도현, 3회 박라연, 4회 공광규, 5회 도종환, 6회 함민복 시인이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민족사랑과 평화를 실천한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창립된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 10여 개국을 매년 순회하며 윤동주문화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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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저울 / 함민복

 

 

물고기 잡는 집에서 버려진 저울 하나를 얻어왔다

 

저울도 자신의 무게를 달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양 옆구리 삭은 저울을 뒤집는다

 

삼 점 칠 킬로그램

무한천공 우주의 무게는

0이더니

거뜬히 저울판에 지구를 담은

네 무게가 지구의 무게냐

뱃장 크다

지구에 대한 이해 담백하다

 

몸집 커 토막 낸 물고기 달 때보다

한 마을 바지락들 단체로 달 때 더 서러웠더냐

목숨의 증발 비린내의 처소

검사필증, 정밀계기 딱지 붙은 기계밀정아

생명을 파는 자와 사는 자

시선의 무계에서도 비린내가 계량되더냐

 

어머, 저 물고기는 물 속에서 부레 속에

공기를 품고 그 공기를 제 무게를 달더니

이제 공기 속에 제 몸을 담고 공기 무게를 달아보네

봐요 , 물이 좀 갔잔아요

푸덕거림 버둥댐 오역하던 이도 지금은 없고

옅은 비린내만 녹슨 페인트 껍질처럼 부러진다.

 

저울은 반성인가

 

늘 눌릴 준비가 된,

바다 것들 반성의 시간 먹고 살아 온

간기에 녹슨 앉은뱅이 저울은

바다의 욕망을 저울질해주는

배 한 척과 같은 것이냐

 

닻 같은

바늘을 높아버릴 떄까지 저울은 저울이다.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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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대표 박영우)와 종로구가 주관하는 제6회 윤동주상 문학 부문 대상 수상자로 함민복(49)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앉은뱅이저울' 9.

 

윤동주해외동포문학상 부문에는 미국 거주 김은자(53) 시인, 젊은작가상 부문에는 차주일(49) 시인이 선정됐다.

 

윤동주상은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2006년 제정됐으며 대상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57일 오후 3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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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  도종환

 

 

우리가 세운 세상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
찬장의 그릇들이 이리저리 쏠리며 비명을 지르고
전등이 불빛과 함께 휘청거릴 때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줄 몰랐다
우리가 지은 집 우리가 세운 마을도
유리잔처럼 산산조각 났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폐허만이 곁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황망함 속에서 아직 우리 몇은 살아남았다
여진이 몇 차례 더 계곡과 강물을 흔들고 갔지만
먼지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사랑하는 이의 무덤에 새풀이 돋기 전에
벽돌을 찍고 사원을 세우고 아이들을 씻겨야 한다
종을 울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숲과 새와 짐승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좀 더 높은 언덕에 올라 폐허를 차분히 살피고
우리의 손으로 도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노천 물이 끓으며 보내던 경고의 소리
아래로부터 옛 성곽을 기울게 하던 미세한 진동
과거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워햐 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단 말은 그만하기로 하자
충격과 지진은 언제든 다시 밀려올 수 있고
우리도 전능한 인간은 아니지만
더 튼튼한 뼈대를 세워야 한다
남아 있는 폐허의 가장자리에 삽질을 해야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로 등을 밝히고
떨리는 손을 모두어 힘차게 못질을 해야 한다
세상은 지진으로 영원히 멈추지 않으므로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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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55 ·사진) 시인이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계간 서시가 선정한 제5회 윤동주상 문학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진9편으로, 시상식은 57일 서울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열린다.

 

도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을 발표한 이후 그동안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해인으로 가는 길7권의 시집을 냈다.

 

윤동주문학상은 자유와 생명, 민족사랑 등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6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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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랜 강 /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의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파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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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49) 시인이 제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을 받게 됐다.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대표 박영우)는 공광규 시인의 수상작으로 시 '놀랜 강' 9편을 발표하는 한편, 최연홍(67) 시인을 특별문학상('금강산 온정리에서' 7), 이근화(33) 시인을 젊은작가상('우아한 침의 세계' 5)에 선정했다.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서시가 주최(종로구문화관광협의회 주관)하는 이 상의 수상자에게는 대상 1천만원, 특별문학상과 젊은작가상 각 300만 원 등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711일 오후 서울 낙원동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다.

 

시상식 당일 오후 1시부터 인왕산 청운공원에서 윤동주 시비건립과 시인의 언덕 조성 제막식을 갖고, 오후 3시부터는 천도교 수운회관 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밖에 오후 4시부터 선보일 '뮤지컬 윤동주' 공연도 기획되어 있다.

 

윤동주상은 지난 2006년 제정된 이래 이재무(1), 안도현(2), 박라연(3) 시인 등이 차례로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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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사서함 / 박라연

 

 

빛을 열어보려고

허공을 긁어대는 손톱들

저 무수한 손가락들을 모른 척

 

오늘만은

온 세상의 햇빛을 수련네로

몰아주려는 듯

휘청, 물 한 채가 흔들렸다

 

헛것을 본 것처럼 놀라

금방 핀 제 꽃송이를 툭 건드리는데

 

받은 정을 갚으려고 빛으로 붐비는

다이애나 와 오드리 햅번까지

 

활짝 눈을 떴다

팔뚝만 한 쇳덩이가 바늘이

될 때까지 불덩이에 얹혀살다가

 

불의 그림자로 바느질한 빛의 사서함

그녀들의 사서함이 끊긴 수련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불러냈을까

 

깊은 울음만이 진창으로 흘러들어가

붉고 노랗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수련이 또 수없이 피어났다

 

잘 익은 근심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뽑아내듯

 

 

 

 

빛의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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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대구 서구청이 주관하는 제3회 윤동주상 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 시인이 16일 선정됐다.

 

평화상에는 오오무라 마스오 전 와세다대 교수, 민족상에 이종환 관정이종환장학재단 이사장, 예술상에는 서양화가 김종학 씨가 뽑혔다.

 

이와 함께 중국 옌볜대 교수 겸 수필가인 김관웅 씨와 문학평론가 김우종 씨에게는 각각 해외동포문학상과 특별문학상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내달 29일 오후 대구 서구문화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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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의 시작(詩作) / 안도현

 

 

고니 떼가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그 꽁무니에 물결이 여럿 올올이

고니 떼를 따라가고 있다

가만, 물결이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니다

강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수면의 검은 화선지 위에

고니 떼가 붓으로 뭔가를 쓰고 있는 것,

붓을 들어 뭔가를 쓰고 있지만

웬일인지 썼다가 고요히 지워버리고

또 몇 문장 썼다가는 지우고 있는 것이다

저 문장은 구차한 형식도 뭣도 없으니

대저 만필(漫筆)이라 해야 할 듯,

애써 무릎 꿇고 먹을 갈지 않고

손가락 끝에 먹물 한 점 묻히지 않는

평생을 쓰고 또 써도 죽을 때까지

얇은 서책 한 권 내지 않는 저 고니 떼,

이 먼 남쪽 만경강 하구까지 날아와서

물 위에 뜻 모를 글자를 적는 심사를

나는 사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쓰고 또 쓰는 힘으로

고니 떼가 과아니, 과아니, 하며

한꺼번에 붓대를 들고 날아오르고 있다

허공에도 울음을 적는 저 넘치는 필력을

나는 어찌 좀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간절하게 참 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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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지 '서시'()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가 주관하는 제2'윤동주 문학상'의 문학 부문 수상자로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사진)10일 선정됐다.

 

민족상에는 박문일 전 옌볜대학 총장, 평화상에는 오스트리아의 마가렛·마리안 수녀, 자유상에 김현길 지리학 박사(시애틀 거주), 해외동포문학상에 이성호(캘리포니아 거주) 씨 등이 각각 뽑혔다.

 

문학 부문 수상자에게 1천만 원, 나머지 부문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200~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6시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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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눈 / 이재무

 

 

마을 회관 한 구석 고물상 기다리며
한 마리 늙고 지친 짐승처럼 쭈그려 앉은,
흙에서 한 때 쟁기가 되어 수만 평의 논 갈아엎을 때마다
무논 젖은 흙들은 찰랑찰랑 얼마나
진저리치며 환희에 들떠 바르르 떨어댔던가
흙에 생 담궈야 더욱 빛나던 몸 아니었던가
논일 끝나면 밭일, 밭일 끝나면
읍내 장터에, 면사무소에, 군청에, 시위 현장에
부르는 곳이면 가서 제 할 도리 다해온 그였다
눈 많이 내렸던 그해 겨울밤은 만취한 주인 싣고 오다가
멀쩡한 다리 치받고 개울에 빠져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저 또한 팔 다리 빠지고 어깨와 허리 크게 상하기도 했던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노동의, 그 오랜 시간을
에누리 없이 오체투지로 살아온 그가 오늘은
바람이 저를 다녀갈 때마다
저렇듯 무력하게 검붉은 살비듬이나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몸의 기관들 거듭 갈아 끼우며
겨우 오늘에까지 연명해온 목숨 아닌가
올 봄 마지막으로 그가 갈아 만든 논에
실하게 뿌리내린 벼이삭을 달디단 가을 볕
쪽쪽 빨아마시며 불어오는 바람 출렁, 그네 타는데
때 늦게 찾아온 불안한 안식에 좌불안석인 그를
하늘의 깊은 눈이 내려다보고 있다

 

 

 

 

경쾌한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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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재무(48)씨가 계간 <서시>가 주최하고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가 후원하는 제1회 윤동주상 문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시 <깊은 눈> 5편이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윤동주상은 우수한 작품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생의 건강성'을가진 시인을 선정한다는 취지로 올해 제정됐다

 

수상자에게는 24일 오후 6시 서울 인사동 대성그룹 강당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1천만원의 상금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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