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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 최두석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꽃의 도발적인 자태를 떠올린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의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끓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게 잘라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리따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워진 배를 움켜쥐기도 한다.

 

 

 

 

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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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보은 출신의 오장환시인(1981~1951)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주관하는 '3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최두석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투구꽃(창비펴냄)'이다.

 

심사위원들은 "특유의 단정한 서정적 화법으로 자연과 사물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였다""그의 시에 일관되게 흐르는 생명의 억압에 대한 미학적 항의야 말로 우리시대 시 정신의 요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상금은 1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910일 보은문화예술회관서 열리는 오장환 문학제 개막식장에서 있다.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1980'심상''김통정'을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와 평론집으로 리얼리즘의 시정신, 시와리일니즘, 엮은 책으로 오장환 전집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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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19181951)은 한국 시사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시인이다. 모더니스트와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그는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흐름에서 김수영과 황지우로 이어지는 하나의 길을 개척했으며, 그 아방가르드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을 위한 예술이라는 사실을 시적으로 웅변한 시인이다. 실천문학사는 보은문화원과 함께 오장환의 시적 성과를 기리고, 나날이 부박해지는 문학적 환경 속에서 시의 현실적 위의를 다시 되새기기 위해 오장환 문학상의 두 번째 수상자를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백무산의 수상 시집 거대한 일상은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살아 꿈틀대는 비유, 힘 넘치는 사유를 펼쳐 보인다. 황폐화된 세계에 대한 사회적 명상과 서정적 감수성의 결합을 통해 나온 빼어난 시편들은 시가 시에 머물지 않고 시 너머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 또한 죽은 시인이다라는 네루다의 말을 한국시의 전통 속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시인으로서 우리는 백무산의거대한 일상이 오장환의 미학적 계보를 오늘의 현실에서 잇고 있다고 판단했다.

 

 

 

거대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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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학의 중심을 형성하며 끊임없는 갱신과 깊이를 획득하며 민중시의 가능성을 열어왔던 백무산의 일곱번째 시집. 점점 또렷하고 깊어졌을지언정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은 시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살아 꿈틀대는 비유, 힘 넘치는 사유를 펼쳐 보인다. 단연 압권인 것은 치욕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일상을 직시하고 노동의 현실을 새롭게 각성해야 하는 오늘의 상황에 대한 정직한 고백을 담은 시들이다.

 

이 시집은 분명 좌초하거나 시적 완성도 획득에 실패한 민중시와 노동시에 실망한 독자들과 문단에 던지는 강력하고 파괴력 있는 몸짓이 될 것이다. 판에 박힌 내면에 매몰된 시단에서 근래에 이만한 힘과 완성도를 지니고 시원하게 정신과 현실을 일깨워주는 시집이 있었던가. 불편하고 부끄러울지라도 우리가 그의 시를 새겨야 할 이유는 고뇌 끝에 시인이 도달한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지점에 있다.

 

 

 

수 상 자 : 백무산

수 상 작 :거대한 일상(창비, 2008)

상 금 : 천만 원

주 관 : 실천문학사, 보은문화원

시 상 : 2009 9 18 오장환 문학제

장 소 : 보은문화예술회관

심사위원 : 최두석(시인), 도종환(시인), 유성호(문학평론가)

 

 

수상자 약력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4민중시1집에 지옥선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등이 있으며,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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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역사 / 최금진

 

 

우리 집안 남자들은 난생설화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배꼽이 없다

그러니 탯줄 없는 남자들을 무슨 수로 잡아매나

밤하늘엔 연줄 끊어진 연들처럼 별들이 떠돌고

우리집 나그네,라는 우리 친척 여자들의 말 속에는

모계사회의 전통가옥과 거미줄과 삐걱거리는 툇마루뿐

멀리 강원도 탄광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우리 당숙도 죽어가는 새가 되어

가지 않고 날마다 숙모의 꿈속에 내려와 운다

티베트에선 죽은 사람을 독수리 먹이로 던져준다는데

누가 우리 집안 여자들을 부려 새를 키우나

배꼽이 없는,

그래서 세상에 아무 인연도 까닭도 없이

엄마는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피똥 싸듯 나를 낳았다

어서어서 자라서 훨훨 날아가라고 서둘러

날개옷 같은 하얀 배냇옷 한 벌을 지어놓았다

서른일곱에 정착도 못하고 나는 지금도 어딜 싸돌아다닌다

 

 

 

새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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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격정의 민중시인으로 평가받는 충북 보은 출생 오장환 시인(19181948)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 제정된 '오장환 문학상' 첫번째 수상자로 최금진 시인(39·광주시 북구 문흥동)이 선정됐다.

 

실천문학 주관으로 시상되고 있는 '오장환 문학상' 수상자인 최금진 시인은 지난해 시집 '새들의 역사'(창비 간) 130명의 작가와 평론가가 추천한 최고의 시집으로 꼽혔고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됐었다.

 

시집 '새들의 역사' "지긋지긋한 가난과 소외의 현실을 자본주의와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확장시켜 시화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오며,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내공과 결기를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신경림, 김정환, 김사인 서울여대 교수, 박수연씨 등이 맡았다.

 

최 시인은 1970년 충북 제천 출생으로 춘천교육대학교를 졸업.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2001년 제1 '창비신인시인상' 당선으로 등단, 지난해 시집 '새들의 역사'를 펴냈다.

 

한편 오장환 시인은 동경 지산중학교를 수료, '낭만' '시인부락'(詩人部落), '자오선'(子午線) 등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성벽'(城壁), '헌사'(獻詞), '병든 서울', '나 사는 곳'  4권을 펴냈다.

 

815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 문학 대중화운동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다가 1946년 이태준과 임화 등과 함께 월북했다. 시상식은 오는 103일 충북 보은 오장환문학제 행사장에서 열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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