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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 손택수

 

 

뽈찜을 먹습니다 대구는 볼을 부비며

사랑을 나누는 버릇이 있다지요

 

한때 저도 그러하였습니다 이쁜 것이 보이면 먼저

볼을 부비고 싶었지요

볼에 불을 일으키고 싶었지요

 

볼이 떨어져나갈 듯 추운 날이었어요

大口처럼 벌어진 진해만과 가덕만 사이

한류와 난류도 볼을 부비면서

살이 오르는 곳

 

동백처럼 탱탱 언 볼에 감아드린

목도리도 제 살갗이었습니다

동해 시린 물을 맞던 남해 물결이었습니다

 

대구 알처럼 붉은빛이

당신 볼에도 여전합니까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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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를 펴낸 손택수(사진) 시인이 2회 조태일 문학상수상자로 선정됐다.

 

8일 전남 곡성군과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공모와 추천을 통해 접수된 132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손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 상패와 상금 2천만원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2회째는 맞는 조태일 문학상70~80년대 어두운 시대에 맞서며 강건한 목소리를 낸 저항시인이자, 자연과 하나된 순정한 정서를 아름답게 노래한 죽형(竹兄) 조태일(1941~1999) 시인을 기리는 문학상이다. 이는 곡성 출신 조태일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리는 것은 물론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과를 보여준 시인을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손 시인의 시는 독자의 가슴에 부딪히는 서정을 갖추고 있고, 자신의 상처에 엄살을 피우거나 상처를 언어의 기교로 구축하려는 지적인 유희에 빠지지 않는다이 시집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기록이면서도 이 사회와 부딪치는 저항을 그치지 않는 서정시로서 위의를 보여준다라는 심사평을 밝혔다.

 

수상자로 선정된 손택수 시인은 대지로 돌아간 죽형 조태일 시인의 시에서 대나무의 곧음과 탄력을 알게 됐다더딘 걸음을 응원해준 심사위원, 기념사업회 관계자분들 그리고 시인을 사랑하는 곡성 군민들께 머리 숙인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한편, 2회 조태일 문학상 시상식은 시상식은 오는 12일 오후 3시 곡성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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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 손택수

 

 

지상엔 수없이 왔으나 처음 당도한 여름 끝의 노을이 걸려 있습니다

모래바람 날리는 저물녘 해변의 산보는 당신의 왕오천축국전, 내디딘 대지에 한 발 한 발 기도를 드리듯이 걷습니다

불안하게 술렁이는 허공을 더듬거리면서 더디게 모아지는 발들, 한참을 머물렀다 또 한 걸음을 뗄 때

그 숨 막히는 보행은 차라리 구도가 아닙니까

반쪽 몸에 내린 빙하기가 반쪽 몸의 봄을 더 간절하게 합니다

쇄빙선처럼 길을 트는 가쁜 한 걸음 속에서

몸의 밑바닥은 의식의 가장 높은 고원,

불어가는 바람이 해저에서 막 융기하는 산맥의 바위처럼

굽이치는 당신의 이마를 환하게 쓸고 갑니다

단 몇 미터를 걷는 데 평생이 걸린다면

몇 미터의 대륙이 품에 안은 수십억 년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

마비된 근육과 혈관 너머로 추방당한 복류천 맥박 소리를 향해 걸어가는 것

깨어진 모래 한 알이 무릎걸음으로 해변을 동행할 때

더듬거리는 걸음과 걸음 사이의 침묵이 제 유창한 보행을 망설이게 합니다

지상에 말랑한 첫발을 내딛는 아기의 경이처럼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탁, , 터져 나오는 탄성

한 번도 온 적 없는 여름 끝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일만 번의 여름을 살며 스스로 풍경이 된 이름이 파도에 잠기고 있습니다

 

 

 

제13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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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노작문학상에 손택수 시인의 시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5편이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가 16일 밝혔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나는 왕이로소이다등 민족적 작품을 남긴 노작(露雀) 홍사용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제정되었으며, 2002년에 제1회 수상자를 냈다.

 

홍사용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시 문화계 인사들이 주도해 설립한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홍신선)가 주관하고 화성시가 후원한다. 매년 1회씩 수상자를 선정하여 후원한다.

 

운영위원회는 "손택수 시인의 시는 탄탄한 작품의 틀과 사물들에 대한 감각적 해석이 돋보이며 상상력의 폭과 높이가 광활하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노작문학제 기간인 1019일 경기 화성시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2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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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잎은 시들지 않는다 / 손택수

 

 

하늘에 매가 없다 솔개 한 마리, 독수리 한 마리 없다 이게 새들을 절망케 한다 매서운 부리와 발톱에 쫓길 때 그는 차라리 그 죽을 지경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겨울 아침 새들이 눈 쌓인 탱자나무 울타리 속에 와서 운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펼쳐진 저 드넓은 하늘을 두고 결사코, 여린 가슴을 겨누는 가시 밀림을 찾아든다

 

오늘 빙벽을 찾아 나선 사내들이 추락사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얼음 속의 가시, 살을 쿡쿡 찔러대는 빙벽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팽팽한 밧줄을 타고 아찔한 빙벽 사이를 날아다녔을 새들

 

시들지 않기 위해 피어나는 잎이 가시가 된다 연하디 연한 이파리로부터 시퍼렇게 담금질한 무쇠잎이 된다 이파리 투둑 떨어지고 적설량에 와지끈 가지가 꺽어져도 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 겨우내 시들지 않고 남아 얼어붙은 땅을 찔러대는 가시

 

 

 

 

목련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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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계간지 '애지'가 주최하는 제3회 애지문학상 시부문에 손택수 시인의 '가시잎은 시들지 않는다'가, 문학비평 부문에 권혁웅 씨의 '미래파'가 뽑혔다.

시상식은 12월9일 오후 6시 대전 유성 로얄관광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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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가을 / 김종길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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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호랑이 발자국 / 손택수

 

 

가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해마다 눈이 내리면 호랑이 발자국과

모양새가 똑같은 신발에 장갑을 끼고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지대 어디를

엉금엉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눈 그친 눈길을 얼마쯤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눈이 내리는 곳 그쯤에서 행적을 감춘

사람인 것도 같고 사람 아닌 것도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래서

남한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이 몰려가고

호랑이 발자국 기사가 점점이 찍힌

일간지가 가정마다 배달되고

금강산에서 왔을까, 아니 백두산일 거야

호사가들의 입에 곶감처럼 오르내리면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이 복고풍 유행처럼 번져간다고 치자

아무도 증명할 수 없지만, 오히려 증명할 수 없어서

과연 영험한 짐승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로군

해마다 번연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가슴속에 호랑이 발자국 본을 떠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고 치자 눈과 함께 왔다

눈과 함께 사라지는, 가령

호랑이 발자국 같은 그런 사람이

 

 

 

 

호랑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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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이 제정한 제2회 육사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종길(79)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 상금은 1천만원.

 

올해 신설된 신인상은 손택수(35) 시인의 시집 '호랑이 발자국'이 선정됐다. 상금은 500만원.

 

육사 시 문학상은 지난해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정됐다. 1회 시상식이 치러진 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며, TBC대구방송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경상북도·안동시 등이 후원한다.

 

시상식은 10월 중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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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모기 선()에 빠지다 / 손택수

 

 

죽비(竹扉)

 

열대야다 바람 한 점 들어올 창문도 없이 오후 내내 달궈놓은 옥탑방

허리를 잔뜩 구부러트리는 낮은 천장 아래 속옷이 후줄근하게 젖어

졸다 찰싹, 정신을 차린다 축축 늘어져가는 정신에 얼음송곳처럼 따

끔 침을 놓고 간 모기

 

불립문자(不立文字)

 

지난 밤 읽다 만 책장을 펼쳐보니 모기 한 마리 납작하게 눌려 죽어

있다 이 뭣꼬, 후 불어냈지만 책장에 착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체액을 터트려서 활자와 활자 사이에 박혀 있는 모기, 너도

문자에 눈이 멀었더냐 책장이 덮이는 줄도 모르고 용맹정진 문자에

눈 먼 자의 최후를 그렇게 몸소 보여주는 것이냐 책속의 활자들이 이

뭣꼬, 모기 눈을 뜨고 앵앵거린다.

 

()

 

꼬리부터 머리까지 무엇이 되고 싶으냐 짙푸른 독을 품고 치잉칭 또

아리튼 몸을 토막토막 아침이면 떨어져 누운 모기와 함께 쓰레받기

속에 재가 되어 쓸려나가는 배암의 허물

 

은산철벽(銀山鐵壁)

 

찬바람이 불면서 기력이 다했는가 날쌘 몸놀림이 슬로우모션으로 잔

바람 한 줄에도 휘청거린다 싶더니, 조금 성가시다 싶으면 그 울음소

리 엄지와 집게만을 가지고도 능히 꺼트릴 수 있다 싶더니,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울음소리, 사라진 그쯤에서 잊고 살던 시계 초침 소리

가 들려온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간간

이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밭은기침 소리도 계단을 타고 올라온다 저

많은 소리들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다니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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