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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기원'을 들여다보다가 / 민경환
저것을 쟁취하려
부단히 발버둥 쳤다네
저, 속엔 언제나 기쁨이 있으니
아무리 근사한 말로 치장해도
들여다보니 자웅동체였던
그 시절이 그리운가 보네
어여쁜 꽃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저 꽃 터널 속에서 지내던 때가
그리운 탓일 거야
어디서부터 연유한 건지
알 수 없어서 우왕좌왕 했었지
저 꽃을 보니 알겠네
실지로 알고 싶은 건
근원에 대해서가 아니라
방치된 무의식의 그늘인지도 몰라
존재에 대한 구도의 끝을
우린 흔히 깨달음이라 하지
나 오늘 살아있음의 당위를 느끼네
융은 집단무의식라는 말을 명명하면서
이미 우리 몸속엔 시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실려 있다 그러시네
그러니, 지금껏 우리가 살아왔듯
누누이 분신들이 살아가길 바라길래
대책없이 저 꽃을 추구하는 것이리
갑자기 시큼 오싹해지네
생각만으로도 내부의 아니마가
화들짝, 깨어나려는가 보네
계간 시 전문지 '애지'가 주관하는 제6회 애지문학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민경환 씨, 문학비평 부문에 오형엽 씨가 11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구스타프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기원'을 들여다보다가'와 평론 '평면, 혹은 우발성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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