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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의 빛 / 손석만

 

 

1

새벽 등대 빛은 운석의 속도로 마중을 간다 밤새 지친 배들을 향하여,

극의 좌표로, 돌아온 어제의 노을은, 레일을 타고와 만선이 풀어놓은 아침 부두에 어슬렁거린다

날름거리는 바다의 혀 속에서 건져 올린 갈치는 아침빛을 자른다

 

사람들은 심심하지 않을 때까지 바다를 담아 주문을 외운다 어떤 사람은 카멜레온처럼 바다를 사냥한다

 

갈매기가 안개를 밀치고 기웃거린다

 

2

빌딩이나 등대의 빛은 같은 질량이나 소음이 다르다 등대는 홀로 거리에 서 있고,

빌딩은 도시의 바다에 빛을 마구 뿌린다 바다속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물고기처럼, 사람들은 빛 속으로 살기 위해, 죽도록 살도록 죽도록 몰려다닌다

 

등대의 빛으로는 만선이 들어온다 속에는 빌딩 속사람들처럼 바다가 네모로 쌓여있다

 

네모에서 갇힌 사람들, 냉동인간이 아니고 살아서 바다 속 멸치처럼 떼거리로 지하철 해초사이를 헤엄친다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으면 바다를 주문하여 오린다

 

항구와 바다, 수평선은 한통속이다 등대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물컵 안 수평선 아래에도 항구와 바다가 있다

 

사람들은 등대를 치켜들고 부라보를 외친다 항구를 마시면서 바다같은 소음을 밀어낸다

이 모두가 바다가 생산한 비린내에서 시작되었다 등대가 보는 앞에서

 

 

 

제9회 등대문학상, 대상에 손석만 작가 ‘등대의 빛’ 선정 - 울산제일일보

2021년도 ‘제9회 등대문학상 공모전’에서 손석만의 시 ‘등대의 빛’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수필 부문에서 지영미의 ‘해무’와 소설 부문에서 신수나의 ‘메르쿠리우스의 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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