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격문(馬上檄文) / 이인주
辛國의 서쪽방향으로부터
반쯤 벙근 매화가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을
국경 너머로 밀어낼 때
발향보다 더 저릿한 낯빛을 한 사내가
수리치재를 달린다
휘날리는 갈기 사이로 그의 얼굴이 어둡다
길은 늘 그랬다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역사의 몇 장처럼
아련한 끝을 보이며 만져질 듯 만져질 듯 사라져갔다
이 길도 그럴 것이다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저 하늘과 저 태양, 목숨을 요하는 허허벌판
거기 오직 뜨거운 피를 묻으러
이 땅에 없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꺼져가는 횃불, 조정의 명운이 단애에 부딪치는 파도로 부르고 있다
창백한 왕보다 더 창백한 백성의 마을을 위해
하나 남은 패를 던져야 하는
싸움은 사면초가에 있다
그런 세상의 가망 없는 끝을 향해 걸어간 민들레뿌리 같은
妻子의 울음 가슴에 묻고
달려간다 눈물을 뿌리리, 군중의 맹서여
살아있음은 이리도 가물거리는 별빛인가!
갑옷처럼 갑갑한 이 생의 껍질을 베어
사초의 제단에 바치리니 구름떼 비로 쏟아지리라
스러져가는 유황불 등에 짊어지고
우우우 일어서는 가뭇한 범의 입속으로
마지막 결의는 채찍을 내려친다
‘제3회 중봉조헌 문학상 응모작품 공모전’에 뛰어난 역사적 상상력으로 중봉 선생 출정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인주 씨의 시 ‘마상격문(馬上檄文)’이 대상을 차지했다.
(사)중봉조헌선생선양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중봉 선생의 의기와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고 국내 우리 문학의 발전을 도모키 위해 시와 수필 두 장르에서 열려 시 156편, 수필 71편 등 총 227편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열 편의 시와 다섯 편의 수필 등 열다섯 편이 1차 예심을 통과한 뒤 수필 2편과 시 2편이 2차 본심에 올라 심사에 어려움 없이 ‘마상격문’(이인주 작)이 대상에, 수필 ‘소나무’(오삼자 작)와 ‘달맞이꽃’(곽흥렬 작), 시 부문에서 ‘사과의 입술’(노점섭 작) 등 3편이 우수상에 선정됐다.
대상에 선정된 마상격문은 심사에서 특정인물의 문학적 형상화에서 범하기 쉬운 도식성에서 벗어나 역사의식과 문학적 상상력이 팽팽한 균형감각을 형성하고 있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여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평가됐다.
우수상에 선정된 '사과의 입술'은 사과의 성숙 과정을 매우 높은 수준의 서정성과 호소력 짙은 시어로 표현해 냈고 '달맞이꽃'은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을 달맞이꽃에 비유해 사라져가는 정서에 대한 안타까움과 도시화의 물결 속에 묻혀가는 진정한 것들을 대비해 보여주는 안정적 문체가 탁월했다는 평가다.
또, '소나무'는 율곡 선생과 중봉 선생을 소나무의 청정함에 비유해 두 사람의 관계와 중봉 선생의 역사적 의미를 진정성 있게 묘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이번 심사에는 총 홍문표 오산대 총장과 이하준 중봉조헌선생선양회 이사장, 홍성식 명지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하준 중봉조헌선생선양회 이사장은 심사보고를 통해 "오로지 사실의 영역으로 중봉 선생을 받아 안는 것보다 무릎을 칠 만큼 절묘한 상상력에 훨씬 대단한 감동을 받아 심사하는 과정이 큰 보람의 연속이었다"며 "문학상 공모를 통해 중봉 선생을 형상화한 작품이나 일반적인 문학작품이나 모두 중봉 선생에 대한 연구가 전제되었으리라 본다"면서 "이 과정과 열의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로 전파돼 중봉 선생을 현재의 시점으로 모셔와 아름답게 혹은 정당하게 아로새기는데 새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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