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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 김후란

― 자연 속으로

 

 

나는 파도의 옷자락을 끌고

이 숲으로 왔다

변화를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바위조차 숨죽이고 기다렸다

 

푸른 잎새들 이마에

천국의 새들이 모여들고

들꽃을 피우려고 비를 기다리던 산자락에

바다가 입을 맞춘다

 

겹겹 옷 입은 산 황홀하여라

비밀의 숲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린 나무들과

키 큰 나무들의 숨소리에

저 소리꾼의 진양조 가락이 울린다

 

눈부셔라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침햇살에 비늘 번득이는 바다처럼

산은 살아 있다 청렬하고 푸근하다

 

신(神)이 만든 숲이다 나를 끌어안는다

나는 영혼의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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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교동초등학교, 부산사범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다녔으며 한국일보 기자, 부산일보 논설위원 등 언론계에서 일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원장을 지냈으며, 1960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현대문학상, 월탄문학상과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 '생명의 숲 국문운동' 이사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장도와 장미』 『음계』 『어떤 파도』 『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 『숲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시각에』 『서울의 새벽』 『우수의 바람』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 『따뜻한 가족』 『새벽, 창을 열다』 서사시집 『세종대왕』 등 12권이 있으며, 김후란시전집 『사람 사는 세상에』 , 시선집 『오늘을 위한 노래』 『노트북 연서』 『존재의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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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 김후란

― 자연 속으로

 

 

나는 파도의 옷자락을 끌고

이 숲으로 왔다

변화를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바위조차 숨죽이고 기다렸다

 

푸른 잎새들 이마에

천국의 새들이 모여들고

들꽃을 피우려고 비를 기다리던 산자락에

바다가 입을 맞춘다

 

겹겹 옷 입은 산 황홀하여라

비밀의 숲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린 나무들과

키 큰 나무들의 숨소리에

저 소리꾼의 진양조 가락이 울린다

 

눈부셔라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침햇살에 비늘 번득이는 바다처럼

산은 살아 있다 청렬하고 푸근하다

 

신(神)이 만든 숲이다 나를 끌어안는다

나는 영혼의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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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란(81) 시인의 비밀의 숲2015년 제4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산림문학회는 11일 녹색문학상 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수상작과 심사평을 밝혔다.

 

김후란의 비밀의 숲은 숲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홍성암 씨는 시집 비밀의 숲은 표제작인 비밀의 숲을 비롯해 생명의 얼굴’, ‘참 아름답다 한국의 산등이 자연 속으로라는 연작시 형태로 수록됐다대부분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노래했는데 읽는 순간 그 서정이 그대로 가슴에 스며든다고 평했다.

 

올해에는 123건의 작품이 추천돼 시16, 시조1, 동시2, 소설2, 동화2, 희곡2 25건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수상자인 김후란은 “50여 년간 문학을 하면서 본능적으로 자연을 주제로 한 시를 많이 썼고 특히 나무에 묘한 친밀감을 느끼며 나무들의 얘기를 가슴으로 알아듣는 시인이 됐다자연의 큰 품에서 사유하며 더 깊이 있는 인생철학을 추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후란은 서울 출신으로 한국일보등 언론계에서 23년간 활동했으며 한국여성개발원장, 한국여성문학인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문학의 집 서울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13일 오전 1030분 문학의 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개최된다.

 

한국산림문학회는 산림청 문학동호인들의 모임인 산림문학회가 주축이 돼 2009년 만들어진 문학단체이며 종합문예지인 계간 산림문학(山林文學)’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녹색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청광 산림문학회이사장은 녹색문학상은 숲과 자연의 소중함을 작품을 통해 알리고 국민 정서녹화에 크게 공헌만 문학작품에 주는 상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녹색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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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꽃 / 김후란

 

 

지는 꽃

한때 눈부시던

천연색 빛깔 그리고

향기

 

소리 없이 지는 꽃

쓸쓸한 그림자로 누웠네

 

그토록 애틋했던

우리의 젊은 날도

흑백사진으로 남아

 

고요하여라

아득한 우주 속으로

사라져가고

 

 

 

고요함의 그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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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연륜을 넘어선 가편, 날렵한 반전과 결론결코 지지 않는 詩作

 

시인들한테 자연적 나이는 별반 의미가 없다. 요는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시를 대하는가에 있다. 김후란 시인은 이미 원로 반열에 드는 시인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참에 푸르른 시집 고요함의 그늘에게를 냈을뿐더러 그 안에는 연륜을 넘어서 더욱 빛나는 가편이 많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시 지는 꽃을 뽑아들었다. 가편 중에 가편이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송이다. 제목은 지는 꽃이지만 시로 쓸 때는 지지 않는 꽃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미 부분의 반전과 결론. 그것도 삽상한, 날렵한 반전과 결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작품은 그것을 보여 주고 있다.

 

뿐더러, 시인의 생애로 볼 때도 초반의 작품보다 후반의 작품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시인은 자기 자신이 향기로운 과일인 줄도 모르면서 향기로운 과일로 익어야 한다. 시인은 그것을 이뤄 냈고 또 시로서 증명했다. ‘소리 없이 지는 꽃이 어찌 소리 없이 지는 꽃이랴. 그 소리 없음은 더욱 큰 소리를 이루어 독자에게로 온다. ‘고요그것이다. 그것도 우주 속으로/사라져가는 고요다. 우리 자신 즐거운 선택 앞에 고요한 기쁨과 만난다.

 

- 심사위원 이근배, 신달자,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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