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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 유자효

 

 

그를 향해 도는 별을
태양은 버리지 않고

 

그 별을 향해 도는
작은 별도 버리지 않는

 

그만한 거리 있어야
끝이 없는 그리움

 

 

 

황금시대

 

nefing.com

 

 

[심사평] 한 포기 동양란이 앉은 듯한 울림

 

시집 황금시대를 읽고 있노라면 한무리의 남녀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달의 빛그물 밑 넓은 마당에서 강강수월래를 노래하며 원을 그리고 도는 듯한 그림이 선명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시조는 또한 그 그림과 함께 서늘한 중립성을 시 한 편 한 편마다 지니고 있기에 그 그림은 또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단 하나의 시어도 허투루 쓰지 않는 한국 시조의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의 시들. ‘거리는 특히 그러한 한국 시조의 정수를 보는 듯한 감을 느끼게 한다. 한 포기의 동양란이 앉아 있는 듯한 그의 시조의 선명한 그림과 함께 가만히 던져지는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 세월이 켜켜이 앉은 흙마당의 부드러운, 그러나 서늘한 중립성의 시적 위로.

 

그는 한 편의 좋은 시가 추구하고 있는 시적 위로가 어떤 위상을 안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닫고 있는 시인이 분명하다. 그 시적 위로가 따스한 시어들의 꽃이불이 되어 춥고 가난한 사람들을 덮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구름처럼/꿈결처럼/흐느끼듯 물 흐르듯//흙이거나/불 속에서나/다시 태어난 그 순간이나//빛나는 황금시대는 누구에게나 있건만’(달항아리전문)

 

시적 위로를 알고 있는 시인 유자효의 시조들을 오늘의 공초문학상 수상작으로 보내는 이유다. 아름다운 달항아리의 빛그물에 싸안긴, ‘서늘한 중립의 오늘의 시적 위로.

 

- 심사위원 이근배·김초혜·강은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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