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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밑
들 건너 마을이 자꾸 멀어 보인다
눈에 묻힌 길은 아예 잃어버렸다
들판을 무작정 가로지른다
발목이 아무데나 푹푹 빠진다
잃어버린 길 위에 까마귀떼
까마귀떼도 길을 잃었나보다
어디로 날아가지도 않고
눈밭에 우두커니들 서 있거나
느릿느릿 서성거린다
길이 보여도 길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길이란 잃어버리려고 있는 거라고
구구구구 두런거리며 눈 덮인 들판을 조금씩 비켜주는 까마귀떼
들끓는 검은 피에 취하여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눈길을 여는 까마귀를 따라간다
또 눈이 오려는지
먼 마을 연기가 낮게 깔린다
창비가 주관하는 제7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중견시인 정양(鄭洋ㆍ63) 전주 우석대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문학동네)이다.
김제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돼 등단했다. 그는 “상은 내가 탄 것이 아니라 시집이 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심사위원회는 "이 시집은 시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다독거려온 양심과 고독을 마치 다정한 이웃들과 이야기하는 듯한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예지와 훈기를 내뿜고 있다"고 평했다.
최근 2년 내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백석문학상’은 백석(白石) 선생의 순정한 문학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1997년 제정됐다. 상금은 1천만원이며 시상식은 18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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