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맘 때에는 / 문태준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 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 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 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 맘 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 맘 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 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2007 제21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문학사상사 주관 소월시문학상심사위원회는 제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문태준(37․불교방송 PD) 시인의 <그맘때에는> 외 15편을 선정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또 송찬호 <만년필> 외 2편, 김완하 <그늘 속의 그늘> 외 7편, 김신용 <도장골 시편- 부빈다는 것>외 7편, 나희덕 <와온(臥溫)에서> 외 7편, 이정록 <갈대> 외 7편(등단연도 순)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우수상 수상 시인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오세영 서울대 국문과 교수, 김명인 고려대 문창과 교수,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권영민 서울대 국문과 교수, 문정희 시인 등 5명이 참여했다.
제21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문태준 시인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맨발》이 있다. '시힘' 동인이며, 동서문학상․노작문학상․유심작품상․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 포교제작팀 PD로 재직 중이다.
오세영 교수는 "문태준 시의 본질은 사물을 통해 삶의 본원적인 문제들을 성찰하는 것에 있다"며 "생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미학적 형상성과 잘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의 탁월한 시적 재능"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오 교수는 또 "수상작 <그맘때에는>에는 유년의 어느 초가을에 잠자리를 잡았다 놓친 손의 허전함을 문득 추억하면서 생의 덧없음과 적멸의 의미를 깨우치는 불교적 세계관이 잔잔히 반영돼 있다"며 "그 깨달음은 단순히 관념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저리(imagery)로 형상화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명인 교수는 "문태준의 시는 아름답다. 수상작으로 선고된 <그맘때에는>에서는 하늘에서 놀던 잠자리 떼가 사라졌다는 지극히 범상한 관찰로,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찾아들 이 지상에서의 공허를 예사롭지 않게 유추해낸다"며 "앞으로 더욱 성숙한 문학적 깊이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권영민 교수는 "문태준의 시는 사물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함께 깊은 통찰을 동시에 보여준다"며 "시적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 미학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 <그맘때에는>에 대해 "수상작에서 볼 수 있는 관조의 미학은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그 시적 긴장을 더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문정희 시인은 "결코 가볍지 않는 존재에 대한 비의(悲意)를 진솔한 언어로 포착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고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최동호 교수도 "서정시의 정도를 보여 주는 문태준의 시편들은, 새로운 시대의 서정시의 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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