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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말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함에도

여전히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많은 것은

고집과 욕망이 많다는 것,

더 버리기 위해

내 사랑 남도에서

시를 묻는다.

아직 길 위이지만 언젠가는 집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2016년 늦가을

이지엽

 

 

 

 

담양에서 시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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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 문인이자 담양 출신인 면앙 송순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지역문학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실시한 제4회 담양송순문학상 공모 결과 담양지명을 은유적인 시로 아름답게 표현해 낸 이지엽 작가의 시집 담양에서 를 묻다가 영예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작 담양에서 를 묻다는 담양과 남도의 풍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집으로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담양의 명소, 정자 등을 친숙하고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담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우수상은 동시집 우리 대나무의 박정식 작가와 동화 쌀엿 잘 만드는 집의 강효미 작가에게 돌아갔다.

 

동시집 우리 대나무는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효자손, 필통, 대나구니, 부채등 대나무의 속성을 바탕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을 아이들의 정서를 작품에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또한, 산문 분야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쌀엿 잘 만드는 집은 담양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삼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판타지 형식으로 출중하게 구성해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편, 시상식은 지난 26일 담양문화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가운데, 대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원의 상금이,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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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장력 / 심옥남

 

 

침묵은 올록볼록 엠보싱

 

수만 평 공동묘지 한 구석에 어머니 아버지를 묻었어요

가난은 애장품

반은 오린 가슴에 반은 땅에 둥근 못을 쳤어요

파란만장의 너울도 몇 삽 흙으로 봉합해요

 

한 줄기에 한 송이 연꽃처럼 완성되는 무덤은

이생이 압축된 고전

태양이 작동되면 묘지엔 침묵의 밀도가 팽창되죠

푸드덕푸드덕 적막이 날아올라 허공까지 엠보싱

 

떠난 사람들은 미래의 어린이가 된다지

가이아의 품은 울울창창하지

공을 굴리고 비눗방울을 날리렴

 

두 손을 모아도 기도는 점점 더 척박해져요

오늘도 초인종을 눌러요, 제발

묵묵부답이 대답인 이곳

한쪽으로 폭삭 무너진 그리움이 쭈글쭈글해집니다

 

또 한 분 가난이 복제되는 공동묘지

소심한 묘비는 통성명도 나누지 않아요

 

하늘은 무덤을 방목하고

나는 유효기간 지난 구름을 거두어요

 

배롱나무 그저 누시울이 묽어요

 

 

 

나비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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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수여하는 4회 석정촛불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심옥남 시인이 선정됐다고 30일 발표했다. 발표 하루 전 한겨레 신문사 특별실에서 열린 본상 심사에는 문효치 심사위원장, 정희성 심사위원, 김종 심사위원이 참여해 수상자를 확정했다.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수상자로 심옥남 시인이 작품 표면 장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북 임실 출생인 시인은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8전주일보신춘문예, ‘자유문학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세상, 너에게’, ‘나비돛등이 있으며 전북시인상을 받는 등 전북 문단에서 각광을 받아온 시인이다.

 

심사위원들은 공광규 시인의 시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문예성을 빚으며 순정적 투명한 서정이 깃든 융숭한 내면적 성찰이 돋보이는 시를 창작했다고 평했다.

 

이어 심옥남 시인은 인간과 우주, 생과 사 등의 대칭적 상황을 한 화면에 융합시키며 또한 관통하고 넘나들며 형상화가 빼어난 시를 창작, 창의적 발상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상식은 923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이날 오전에는 전국 규모의 신석정 시낭송대회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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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 김기찬

 

 

머리에 수건 쓴 소만小滿이 팔다리 걷어붙이고 망종亡種의 일터로 가는

 

못밥 얻어먹으러 온 칡덩굴이 멈칫 또 멈칫 정지문 앞을 서성거리는 동안

 

대밭 쇠뿔죽순이 제 몸피를 늘려 축축한 멍석그늘 한 뼘 더 넓히는 동안

 

물오른 연초록도 한 눈곱씩 한 눈곱씩 허공에 보태 초록 강을 만들어 흘려놓는 동안

 

술 받으러 간 뻐꾸기 말술에 빠져 앞산 뒷산에다 제 슬픔의 씨앗 꾹꾹 눌러 심는 동안

 

찔레꽃이 젖가슴 열어젖히고 생살을 찢어 희디흰 울음 지천에 흩뿌리는 동안

 

속 알맹이 없는 나는 속 꽉 찬 꽃게 발목이나 쪽쪽 빨러 격포항에나 가는

 

 

 

 

피조개, 달을 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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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3회 신석정문학상에서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3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을 공동 선정했다.

 

허소라 시인은 시집 이 풍진 세상’(신아출판사·2015), 김수열 시인은 시집 빙의’(실천문학사·2015)를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미발표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신석정 촛불문학상에는 김기찬 시인의 시 오월이 선정됐다.

 

신석정문학상은 지난 3년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신석정 촛불문학상은 기성 및 신인 등의 미발표 시를 공모받아 심사한다.

 

시상식은 오는 108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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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물풀 / 백점례

 

 

불볕 터진 들녘 너머 풀떨기 못물 아래

따라지들 몰려들어 스크럼을 짜고 있다

물길이 빠져나가다 멱살 잡혀 누워있다

 

골풀의 부추김에 울컥 솟은 부들이며

핏줄 푸른 마름 곁에 웃자란 생이가래

한평생 반듯한 자리 올라설 수 없었다

 

부푸는 소문의 늪 뻗쳐 오른 결기마저

시간이 지나가면 너겁이 되고 만다

숨었던 실뱀 한 마리 심란하게 지나가고

 

흔들리는 그 바닥도 우주임을 알았을까

수렁에 빠진 무릎 수면위로 기어올라

한켠에 노랑어리연 발 씻으며 웃는다

 

 

 

밀물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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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우리 문학 속으로 의령 정신을 스며들게 하려는 의령 고을의 정성

 

時調 383現代詩 2,393편이 응모되었다. 기성(旣成)-신인(新人)을 망라한 이번 응모를 보아 여전히 우리는 詩歌를 좋아하는 백성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宜寧郡은 작은 지자체이다. 그러나 宜寧이란 고을은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미래를 열어가게 하는 정신을 심어주는 선각자(先覺者)들의 고향이다. 엄청나게 응모한 時調-現代詩들이 이러한 宜寧을 향한 흠모(欽慕)의 정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물론 宜寧 고을이 베풀어준 후의(厚誼)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천강문학상이 모양새만 갖추자는 치례가 아니라 우리문학 속으로 의령정신을 스며들게 하려는 宜寧고을의 정성(精誠)이 파격적인 상금의 규모를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이 또한 宜寧이 나라사랑의 보금자리라는 고을의 자긍심에서 연유한다는 확신(確信)이 사무친다. 이러한 생각을 이번에 응모한 진지한 작품들이 보여주었다. 따라서 천강문학상은 지자체마다 다투어 여는 축제의 한 모서리가 아니란 사실을 증험(證驗)해주어 심사에 임하는 자세를 여미게 했다.

 

예심을 거친 모든 작품들이 다 잘 만들어져 꼼꼼한 심사를 요구했다. 作詩의 기교(技巧)는 모두 저마다 수준에 닿아 <기교의 꼼수>가 없이 풋풋하고 싱싱하게 <말하는(言之) 작품>을 택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심사해 갔다. 그 결과 유현주 씨의 시조 [감자를 묻다], 정일남 씨의 현대시 [구절리], 강명수 씨의 현대시 [배추벌레], 김승훈 씨의 현대시 [마블링], 김정아 씨의 현대시 [바람속의 잠], 이공 씨의 현대시 [성지순례], 백점례 씨의 시조 [물풀] 등등이 최종심에 올랐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 중에서 시조 [물풀]을 이의 없이 대상으로 정할 수 있었다. [물풀]은 시조 넷을 한편의 연작시조로 묶어 말의 울림을 잔잔하게 저미어간다. 그래서 [물풀]은 닫힌 마음속을 열어주는 호소력이 헷갈림 없이 눈길과 동행하고 있다. [물풀]에서는 어느 것 하나 외따로 있는 것은 없다. 서로 새삼스레 옹기종기 갈마들어 하나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물풀]이란 세상은 <모두 다 웃는다.>. [물풀]은 조용조용 갈마들게 하여 시조의 참맛을 술술 풀어내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어 고맙다.

 

[성지순례]는 뇌관에 불을 붙이기 직전 같다는 아슬아슬한 순간포착을 디카로 찰칵찰칵 한 쪽 씩 찍고 넘어가듯이 말해가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시인은 늘 손해 보는 편이 아닐까 싶다. 딱 부러지는 말이지만 어쩐지 불안하게 하는 층계 같을 때가 있음을 알아챈다면 [성지순례]의 전반부 가파른 시상(詩象)들로 넘쳐나게 열병(閱兵)하지 않았을 터인데 싶어 아쉽다.

 

그러나 [성지순례]詩象詩象을 치열하게 접근시켜 마음가기()를 상큼하게 하는 선뜻함이 강렬하다. [성지순례]는 틀에 박힌 삶을 한번 짚고 넘어가게 하는 현대시의 장기를 보여주고 있는 창창한 이다. 대상과 견줄 수 있는 로 손색이 없다는데 이의가 없었다.

 

기성시인을 뿌리칠 신인이 등장하기를 바랐지만 그런 이변(異變)은 없었다. 물론 신인 작품들이 예선을 통과한 것만도 대견하고 대단하다. 아무래도 신인들은 티를 내게 마련인 모양이다. 작품 속에 빠지면 안 되는 줄을 잘 몰라서 제 작품 속에서 익사해버리는 신인들이 참 많았다. 이런 형편은 다른 데서도 심사할 때마다 매번 겪는 아쉬움이다.

 

신인은 늠름하게 흐르는 말하기(言之)의 강을 강변에 서서 유유히 구경할 줄 아는 뒷심이 왜 필요한지 작시(作詩)할 때마다 연습하기를 바란다. 그럴수록 시인이 되는 길이 넓게 열리게 됨을 알아챘으면 한다. 그렇지만 기성시인들의 틈바구니를 무릅쓰고 작품들을 응모한 시인들의 작품들은 대담했고 풋풋했다. 이분들은 분명 다음 기회엔 작품으로써 한소리 하리란 예감이 들어 의령(宜寧)고을 천강문학상(天降文學賞)은 갈수록 창창하리란 믿음이 앞섰다.

 

- 심사위원 尹在根(한양대 명예교수), 이광석(시인), 김복근(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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