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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 / 신대철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1

 

 

서울이나 평양에서 오지 않고

사우스 코리아나 노스 코리아에서 오지 않고

우리가 어린 시절 맨 처음 구릉에 올라 마주친 달빛을 눈에 가슴에 다리에 받아와 꿈을 뒤척이던 그 금강 그 개마고원에서 온 날은 구름에 살얼음이 잡히고 광륜을 단 두 개의 달이 마주 떠 얼음 안개 속을 스치는 화살 다리를 비추고 있었던가요.

 

화살 다리* 그 아래

낮은 판잣집 지붕 밑에서 에스키모들은

술과 마약과 달러와 민주주의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우리는 빙평선을 사이에 두고 무엇을 찾으려 했던가요.

 

그날 나도 모르게 다가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자 당신은 '개마고원요' 하고 얼어 있는 나와 갑자기 내 뒤에서 저절로 맞춰진 우리의 환한 얼굴까지 함께 보았지요. 그때 나는 비로소 우리가 서로 幻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잠시 한 얼굴로 극광을 보면서 광륜을 단 두개의 달을 굴려 극야에서 주야로, 다시 백야를 향해 가고 싶었던가요.

 

극야를 넘어 67일째, 마침내

15분간 떠 있던

금강에서 개마고원에서 동시에 떠오른 해.

 

* 에스키모 설화에 의하면 외로운 별과 눈을 맞추면 잡혀간다고 한다. 한 아이가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별과 눈을 맞춰 별나라로 잡혀갔다.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오기 위해 별을 향해 무수히 화살을 쐈다. 날아가는 화살 꽁무니에 화살을 쏴 화살 다리를 만들고 그 다리로 별나라에 올라가 마침내 아들을 구해왔다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nefing.com

 

 

월북시인 백석(白石)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위해 제정한 백석문학상 제4회 수상자로 시인 신대철(申大澈.57)씨가 9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문학과지성사)이다.

 

신씨의 시집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오지 탐사를 통해 고도의 집중력으로 과거의 상처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한국시가 다다를 수 있는 한 극점을 형상화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시상식은 내달 27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며, 상금은 1천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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