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 / 이채운
이글거리는 대낮의 갈증과 찌부덩한 기분
갖고 싶어 움키고 싶은 것들까지 척척 포개 얹어
온 세상 푸르른 마음의 살로 포옥 싸서
한입 그득한 달관의 맛을 만나고 싶다
짙은 향기가 시든 입술 열어주고
환한 목구멍으로 노래가 흘러 나오게 한다면
흙살 비집고 나온 눈과 귀,두런거리는 물소리와
공기의 춤이 어울린 정신의 꼭대기로 올라간다면
어린 시절 나는 짠 온갖 생활의 감각들
뒤섞여 독이 되는 찌꺼기조차 오래삭힌 된장처럼
부드럽고 상큼하게 千手大悲의 큰 손바닥 내밀 듯
크게 거두어 감싼다면,
얼마나 감칠 맛 나는 세상 될까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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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새로운 천년의 열림을 앞두고 이를 젊은 감성들이 열어재치는 장쾌함을 기대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많은 시들이 새로움보다는 과거 우리가 만났을 법한 언어구사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삶에 대 한 인식이 치열하지 못하고 엷어서 그러할까. 그런 가운데 예심에서 올라 온 작품들은 한결같이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최종적으로 겨루었던 작품은 서문지의 '왕릉을 지나며'와 최경화의 '감 자 심는 날', 김미명의 '홍옥을 문지르고 있으면' 그리고 이채운의 '상추 쌈'이었다. '왕릉을 지나며'는 시상의 고른 전개가 무리가 없고, 죽음과 탄생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무덤을 통해 드러내면서, 이를 융합하고 떠올 리는 마음의 움직임이 미세한 곳까지 이르고 있다. 다만 부적절한 세부묘 사와 이를 얽어짜는 구조의 힘이 균형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끝 까지 남았다.
'감자 심는 날'은 소박하지만, 그만큼 진솔한 말을뽑아내는 힘을 느끼 게 해준다. 생각의 폭을 좀 더 넓혔더라면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홍 옥을 문지르고 있으면'은 묘사와 의미전달이 정확한 것이 호감이 간다. 작 품으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을 만큼 잘 짜여져 있으나 소품에 머무른 게 아 쉬웠다. '상추쌈'은 대수롭지 않은 것을 말의 얽어짬을 통해 심각하게 변 환시키는 솜씨를 보여준다. 심사를 하면서 시의 일부분에 대해 첨삭을 했 다는 점을 밝힌다.
의미전달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마음'과 '정신'이라는 말이 생경해서 시의 이미지들을 애매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서정과 감각의 구조에 대한 좀 더 예리한 시선이 따라준다면 좋은 시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가운데 '상추쌈'을 당선작으로 뽑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까지 경쟁을 벌였던 작품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제나름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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