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 서상규
손때에 절은 박달나무 윷처럼
뻑뻑한 눈살로 초점을 모으고
전철노선도의 윷판을 올려다본다
미아 삼거리에서
말몰이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하는지,
이미 패를 정하고 말을 옮기는
윷놀이의 틈바구니에서
윷가락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풀린다
역삼역 사거리로
말판에 부적의 길을 그려놓고
말의 근육을 부풀리는 환상
푸른 예감으로 이마에 정맥을 돋우며
고삐를 힘차게 다잡는다
철로의 침목이 발 밑에서 풀잎처럼 쓸리며
말갈기가 나부낀다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말판에서 윷쪽을 띄우는 힘찬 질주
지난밤 길몽을 이야기하는 아내 말과
두 딸아이의 말, 재롱에 취한다
한가족이 소풍 길처럼 단란한
방목의 꿈결에 사로잡힌 행상
도에서 모로 말발굽이 가르는
바람결에 곧은 길이 열린다
야성의 윷판에서 방심한 사이,
단속원의 올무에 걸려든다
그래도 생을 긍정하듯
붉은 낯빛에 구겨지는 웃음발을 끌며
고개를 끄덕끄덕 고삐 잡힌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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