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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병 / 박영석
누군가 어둠 속에서
‘어둠’이라고 중얼거린다
어둠은 숨죽인 철조망 아래에서
성큼 더 깊어지고
철망에 찢긴 바람소리만 귓전에 맹렬히 펄럭인다
‘매복은 전술이야’
누군가 어둠 속에서
또 한번 ‘어둠’이라고 신음한다.
완고한 어둠의 절벽 앞에서
우리의 의식은 시력을 잃고 절망한다
결박 당한 시야에는 불안한 빔들이 술렁이고
돌아오지 않는 자의 기다림에 귀 기울인다
군데군데 사람 키만큼 자란 선인장들의
맹열한 가시에 달빛을 잘라 내린다.
‘방심은 죽음이야’
눈을 치켜 뜨고 어둠 속을 노린다
박제 당한 짐승의 분노처럼 이글거리는
어둠의 큰 눈을 겨냥한다
어디쯤 일까 화약 냄새 저 편
혼미한 의식의 저 내면을 가르며
헬기가 날아오른다
죽음과 긴장한 기침소리
가득 싣고 떠오르던 ‘시누크’의 엔진소리
프로펠러에 감겨 하늘 가득 날아오르던 모래바람
몽롱한 의식은 바람 속에 잠이 들고
고향을 꿈꾼다.
깨여라! 파수병이여
헛된 골고다의 빈 무덤 지키는 파수병처럼
정글도에 목 꺾인 열대우림의 나무들
가시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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