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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와 나 / 제인자

 

 텃밭 상추잎에 따라온 달팽이

수돗물 세례 받고 빗장을 지르면

안으로 걸어 닫은 캄캄한 한 채의 집이지요

무른 달팽이보다 되레 놀란 나는

푸른 잎 쌈 싸 먹고 푸른 똥 누는

느리고 답답한 채식주의자

푸성귀 식탁이 나를 부르는 사이

그는 안테나 내밀어 적진을 탐지하지요

무른 달팽이보다 더 무른 나에게

쑥갓깻잎오이가지가 어찌하여

뼈가 되고 힘줄이 되는지요

쌀보리콩수수가 어찌하여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눈물의 기도가 되는지요

한 채의 집을 들어 올려 텃밭으로 가는 나는

느리고 답답한 채식주의자

푸른 잎 갉아먹고 더디 깨닫는

무른 달팽이보다 더 무른 나는

 

 

 

 

 

[수상소감] 텃밭 일구며 부활은혜 체험, 서두르지 않고 천천이 갈 것

 

작년엔 텃밭을 일구어 재미가 쏠쏠했어요. 상추, 쑥갓씨를 뿌리고 고추, 가지모도 내고 토마토, 오이 모종을 세우고 호박 구덩이도 팠어요. 그러나 척박한 밭뙈기에 연둣빛 새순이 오르자 유기농 농사의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생식을 즐기는 벌레들의 잔치, 그러니까 한솥밥 먹는 식구처럼 벌레들과 친해지기로 작정했던 봄, 여름이 가는 동안 내 안에서 날마다 부활하는 은혜를 깨달았어요. 무른 달팽이가 햇볕에 말라죽지 않도록 몸에다 집을 붙여주신 하나님, 지워주신 내 짐이 아버지 배려인줄 압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따라가겠습니다.

 

 

 

- 국민일보 신춘문예회 저 <빛에 궁글려진 계명>(시산맥 감성기획시선 015)

 
 
 
 

[심사평] “한편 한편, 놀라운 시적 이미지로 신앙의 본질에 접근”

 

자연의 사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작품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이 숨겨져 있다. 이 사물들에 숨겨져 있는 하나님의 뜻을 순수감각으로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진 느낌을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 시적 이미지이다. 현대시를 사물시(事物詩)라고 하는 것은, 현대시의 창작이 곧 사물의 속성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물의 속성(屬性)이 곧 하나님의 뜻이며, 창조원리이며, 우주정신이다. 이처럼 사물과의 교감(交感)이 이루어지는 것을 ‘신과의 대화’라고 한다. 나를 비워 빈 그릇과 같이 될 때 성령이 오시어 내 순수감각과 교감하는 것을 방언이라고 한다. 시적 이미지는 곧 그 시인의 방언이며,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대상(大賞) 작품을 결정하기 위해 두 분의 심사위원이 숙의한 끝에, 제인자의 ‘달팽이’를 선정했다. 나의 생각과도 일치하여 이의 없이 결정되었다. ‘달팽이’는 딱딱한 집을 지고, 푸성귀 잎을 먹고 사는 무른 몸의 생물이다. 그가 “수돗물 세례 받고 빗장을 지르면 / 안으로 걸어 닫은 캄캄한 한 채의 집이지요”에서 보듯, 달팽이의 생태적 속성을 그냥 제시했지만, 이 두 행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이미지의 형상화이다. 형상화된 이미지는 비유와 상징의 보고이다. 시인은 달팽이와 나의 생태적 속성을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써 신앙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무른 몸, 딱딱한 집, 채식’이다.

 

다음으로 김승철의 ‘은총’을 최우수로 선정해 내놓았다. 나도 동의했다. 김승철은 ‘은총’이란 기독교적 관념어를 제목으로, “새가 못이 되어 날아와 박힌다 / 외마디 신음만 들릴 뿐, 추락하는 그림자 사이로 / 달이 새파랗게 질려 보고만 있다”에서 보듯, 어떤 극적 상황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제시한다. ‘은총’이란 관념을 순수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이런 상황적 이미지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시인의 뛰어난 상상력이 ‘은총’이란 영적 현상을 느낄 수 있는 상황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새, 못, 나무’이다.

 

그리고 정미경의 ‘그렇다면, 나사들은’과 유지호의 ‘해질무렵에’를 우수로 선정했다. 정미경은 “낡은 옷장 하나 / 아파트 공터 한쪽에 웅크리고 있다”로 시작하여, 낡은 옷장의 해체과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해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쓰던 가구에서 나무라는 본질로 돌아가는 옷장의 빈 곳에 “차곡차곡 수납되는 먼지들의 나이테 / 문득 날아든 풀씨 하나 싹을 틔우고”에서 보듯, 많은 비유와 상징을 안고 있는 이미지가 놀랍다.

 

유지호의 작품은 “붉은 울음이 온 바다를 적시고 있다”로 시작하여, “그래서 하나님은 붉은 눈물로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가 보다”라는 신앙적 언술로 마무리한다. 또한 “어둠이 한 올 한 올 매듭을 지으며 다가와도”와 같은 아름다운 은유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믿음은 꺼질 줄 모른다”와 같은 직유의 이미지로 마무리한다.

 

많은 작품이 응모되기도 했지만 작품의 수준도 그만큼 상승했음을 느꼈다. 국민일보의 신춘 신앙시 공모는 참으로 하나님이 내리신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 심사위원장 유승우(시인, 문학박사, 인천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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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 김초양

 

 

하얀 눈발이

냉쾌冷快하게 날리는 깊은 밤입니다

연연戀戀한 아픔으로

기어코 상심의 붓을 들었습니다

미명의 새벽마다

당신을 향한 발걸음

통회하는 내면의 이슬 묻은 고백에

왜 잠잠히 계시는지요?

당신에 대한 열망과 충만으로 절규하면서

공막空漠이 나의 전의식을 휩싸고 있습니다

당신의 호흡에

영혼은 젖어들었고

육신의 세포는 살아 뛰었습니다

내 영혼을 성형하고 영골靈骨

교정시키시고

세상에서 나를 분재시킨 임이시여!

당신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무시는데

나 혼자만 늘- 허기진 외로움에 갈증을 느낍니다

당신에 대한 충실을 거부하지 마십시오

슬픔과 고통에도 은총이 깃든다고 하였으니

관념의 행로에서 돌아보아 주십시오

사흘 밤 사흘 낮

철철 눈물 쏟던 막달라처럼

소녀도 그렇게, 그렇게 울게 하여 주십시오

선혈의 가시관을 저를 위해 쓰셨다면

임재의 확신도 함께 주십시오

 

가슴살을 파낸 마음의 성

당신만을 위한 비원秘苑을 만들겠습니다

침묵치 마옵소서

마라나타기다립니다

뜨겁고 무량한 말씀 듣게 하여 주십시오

 

 

 

[수상소감]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편지

 

옛날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아름다운 일력을 만들어 추운 겨울을 지냈다고 합니다. 동지를 보낸 후 매화나무 가지를 그려놓고 거기에다 하루에 하나씩 매화꽃을 피우며 봄을 기다리는 겁니다. 마른 나무 가지에 매화꽃 여든한 송이가 피어날 때 창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한 거지요. 단순히 로맨틱한 봄맞이는 아닐 것입니다. 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유정한 심정에는 삶에 대한 깊은 외경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고 낮은 마음으로 시를 쓰는 일도 그리하리라 여겨집니다.

 

시를 쓰면서, 언제나 시로서, 주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기를 소망하며 하나님을 향한 경건하고도 뜨거운 절규를 위한 사랑의 편지를 시로 썼습니다. 신앙이 나의 생명이라면, 문학은 나의 삶이고 역사입니다. 통증 같은 열망으로 문학에 대해 철저히 사역당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기독문화의 글밭에 등불을 밝혀 오신 많은 분들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졸시에 부여된 영광은 오직 주님의 것입니다.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에도 큰절 올립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저의 지도교수였던 강영환 교수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효정이와 민지 사랑한다.

 

아무리 겨울 뒷자락이 길어 옷깃을 여며도 오늘은 봄입니다. 구구소한도의 마지막 꽃 한 송이를 그려 넣는 날, 창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하는 날, 내 인생 최대의 환하고 눈부신 봄날,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으로 부끄러움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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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성경의 믿음을 시인 일상 속에 형상화 뛰어나”

 

이틀에 걸친 예심의 결과 56편에서 28편 그리고 14편의 수상 범위에 든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 중 대상과 최우수상을 두고 5명의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끄는 작품을 5편으로 다시 압축하여 대상을 위한 심의의 결과 대상에 해당하는 작품은 내년을 기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5000여 편의 방대한 작품이 접수되었고, 전반적인 작품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나 괄목할 만한 눈에 띄는 대상 작품감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논의 결과 최우수작으로 이원숙의 ‘믿음으로 가는 길’을 우수작으로 권여원의 ‘봄의 첫 장’, 김초양의 ‘연서’로 결정하였다. 수상자로 결정된 세 분의 수상을 축하 드린다.

 

우선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원숙씨의 ‘믿음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이 상을 기획하고 제정한 취지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다. 처음과 끝의 세련미에 반하여 중간에 약간 이미지의 산만함이 보였지만 성서적 큰 소재인 믿음과 행위를 시인의 일상으로 끌어들여 시로써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에 점수를 보탠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권여원의 ‘봄의 첫 장’은 수상작으로 선택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시적 구성에서 안정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와 아울러 이 상이 지향하고 있는 시의 형식과 내용에서 영적 육화 과정이 좀 모호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초양의 ‘연서’는 생경한 언어를 사용하여 신앙시가 자칫 갇히기 쉬운 감성을 타파, 신선도를 높였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너무 평범한 시적 흐름에 다소 흠이 있다.

 

밀알상(장려작)으로 선정된 8편의 시들도 수상작 3편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었다. 곽휘연씨의 믿음 안의 삶을 ‘설거지를 하며’로 비유, 잔잔한 신앙의 감동을 표출한 작품 등은 우수상 탈락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밀알상 해당 작가들의 계속되는 시적 정진을 바란다.

 

짧은 기간 많은 응모작품이 있었고 상을 제정한 의도에 맞춰 작품들을 보내 주었다. 그러나 대상이 탄생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위에 최우수, 우수의 3작품과 밀알상으로 선정된 8편의 시들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수확이라 하겠다.

 

- 심사위원장 김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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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첫장 / 권여원 

 

매화나무 아래 서면

허공에 불이 켜진다

겨우내 하늘을 마시며 자란 꽃잎들

가볍고 여린 실핏줄로 터지고 있다

살점을 떼어내듯 분홍빛 지문들이 떨어지는

언덕 위의 붉은 잔

나무는 피를 흘려도 아프다 소리치지 않는다

산자의 어깨에 내리는 저 핏방울

창공에 붉은 물결 넘치는 동안

바람은 꽃망울을 넘어가기 위해 가벼워진다

차디찬 땅끝,

언약을 바라본 이들에게 온기가 돈다

꽃잎의 살점은 우리의 허물을 갚아주신

은총의 무게

내 몸 어딘가 당신을 향한

연분홍 촉수가 켜진다

 

 

[수상소감] 눈물로 기도해 주신 분들 미소 떠올라

 

눈 덮인 땅,

시린 바람을 견디던 뿌리는 봄을 안고 있었습니다.

땅 속 한 켠에 눈물을 저장하고 있던 내 오랜 방황은

이제 당신의 은총으로 다져지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은 내 영혼에 새순으로 돋아 꽃망울 터뜨리며

무성한 여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이 주신 펜으로 그분의 숨결을 노래하여

풍성한 결실을 드리겠습니다.

상처나고 지친 영혼들에게 한 줄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망으로 물든 시가 되도록 무릎으로 간구하겠습니다.

시의 뿌리를 마음껏 뻗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손진은 교수님,

마경덕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제게 신앙시인으로 남겨지라고 귀한 상을

허락해 주신 국민일보사,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편의 울타리에서 꽃밭을 일구고 계시는 두 분 선생님과

못나고 철없는 나를 위해 언제나 눈물로 기도해주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뿌듯한 미소가 바람을 타고 건너옵니다.

귀한 달란트를 주신

왕이신 나의 예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국민일보 신춘문예회 저 <빛에 궁글려진 계명>(시산맥 감성기획시선 015)

빛에 궁글려진 계명 nico.kr

 

국민일보(사장 김성기)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이하 한문예총, 이사장 김삼환·회장 김소엽)가 주최한 제 4회 신춘문예 신앙시 시상식이 28일 열렸다. 1부 시상식은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1층 그레이스홀에서, 2부 행사는 장소를 옮겨 한문예총 세미나실에서 시낭송 및 친교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상 이원숙, 우수상 권여원 김초양, 밀알상(장려에 해당) 장은혜 선광현 윤덕남 주조아 김현민 곽휘연 유택상 서민희씨가 각각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김소엽 회장은 인사말에서 “1997년 국민일보와 공동주최로 시작, 99년까지 진행해오다 IMF경제위기 여파로 후원이 끊겨 중단됐던 신춘 신앙시 공모를 명성교회와 신촌성결교회 후원으로 13년 만인 올해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공모전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신앙시 공모엔 560여명이 5000편 넘는 시를 보내왔다”며 “이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하며 공모전을 기다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수상한 여러분들은 기독교 문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더욱 정진해 한국의 문화를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를 후원한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는 축사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문학의 혼, 예술의 혼을 부여해주셨다”며 “수상작들을 보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렇게 다듬어서 내놨을까하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수상자들을 일일이 축하한 뒤 “앞으로 하나님의 모습, 사랑, 세계를 다듬고 가꾸고 아름다운 언어로 꿰어 세상에 많이 내놓아 사람들이 그 시를 볼 때마다 우주를 보고 하나님의 세계를 보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보게 되는 작품 생활이 계속 되길 바란다”며 “이 공모전이 기독교계 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도,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고 커지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국민일보 김성기 사장은 “공모전에 5000여편의 시가 응모됐다는 것을 알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순수한 신앙을 지켜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운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이 많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담은 시를 온 세상에 널리 알려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순수한 신앙의 유산을 후대에 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원숙씨는 “앞으로 더욱 정진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투명하고 사랑스러운 시를 쓰겠다”고 소감을 밝힌 뒤 수상작 ‘믿음으로 가는 길’을 낭송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권여원씨는 “주님께서 제게 주신 펜으로 위로가 되는 신앙시인이 되겠다”고 밝혔고, 김초양씨는 “신앙이 생명이라면 문학은 제 삶이므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1부 마지막은 한문예총 역대회장 등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한문예총 정재규 목사, 전 사무총장 홍덕선 장로, 김소엽 유승우 나채운 김병권 김석 등 역대 회장에게는 공로패가, 한문예총 회장으로 새로 선임된 전규태 문인선교회장과 금태동 한문예총 사무총장에게는 선임패가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의 가족 친지를 비롯해 축가를 부른 솔리데오장로중창단과 소프라노 이숙경씨, 백수복 목사, 여류시인 이명희 YWCA 이사, 심사위원 최훈조 목사, 국제펜한국본부 이길원 이사장, 고대식 장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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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가는 길 / 이원숙 

 

길은 좁고 멀었습니다.
동굴의 명암 속으로 사라져간 흐릿한 꼬리
방향을 감지할 수 없는 끝
모리아 산의 황량한 모래바람
본토를 떠나가던 이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음영(陰影)이 내리는 길
뾰족한 돌부리가 지뢰밭처럼 낭자하게
가는 길을 막아서지만
아픈 발길을 돌이키지 않는 것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이
순종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마지막 고비인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어디선가 거친 바람결에 쓸려
나무가 쓰러지듯 부딪칩니다.
쏴 -아 -
태초의 말씀을 읊어내는 소리
살아있는 에덴의 기억이 본능처럼 꿈틀거릴 때
몰려오는 쳇바퀴의 공포
어찌할 수 없는 죄성은
인간의 한계를 뒤집어쓰고 엎드렸습니다.
뿌연 흙먼지 속에 숨어 외식(外飾)하는 무덤
회칠한 영혼은 목이 마릅니다.

 

말간 연무가 숲의 허리에 걸려 똬리를 틀고 있는
후퇴할 곳이 없는 외길
홍해의 심장부를 건너던 이스라엘
약속의 땅을 밟을 수 없었던 그들의 광야가 선합니다.
혼란이 난무했던 선민(選民)의 과거가 보여주는 증거의 길 따라
타성(惰性)으로 가득 찬 아집(我執)의 영역이
가시처럼 박혀 보이지 않는 길을
곤고함으로 가득 찬 상상마저 아끼고 갑니다.

맑은 오후, 레마가 흐르는 강가
징검다리는 띄엄띄엄 시간의 흔적을 깔고
숨어있는 만남을 그리워하며 흘러갑니다.
그리움이 비처럼 내리면 하얀 꽃잎들이 수없이 집니다.
꽃비 내리는 하얀 언덕
향기로운 꽃들이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본향을 향하는 향수가 떠나가는 다리 밑에서.


 

 
[수상소감] 아픔속에서 빛나는 꿈을 그리고 싶어

지금까지 삶의 파도는 삶을 삼켜버릴 기세로 거세게 달려들었지만 드러나지 않는 깊은 바닷속이 늘 그러하듯 나는 더욱 고요해져만 갔다.
미로처럼 엉켜만 가던 걷잡을 수 없었던 삶의 길에서 끊임없는 의문과 방황을 자행하며 의심의 문턱을 넘나들기를 여러 번. 때로는 두려움에 떨었고 허공을 맴도는 막막한 외로움에 덩그라니 남아 한기를 느껴야 했다.
수없이 나 자신을 버렸다 다시 주워 담았다. 적당히 무기력해지고 허기가 질 때마다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며 눈물 병에 눈물을 담았다.
하지만 허우적거리는 의지를 추스르는 일도 곪아터진 마음을 다잡는 일도 내 힘으로 하기엔 역부족일 뿐, 버둥거릴수록 빠져 들어가는 늪에서 더 이상 나를 의지하지 않는 법을 배웠을 때 비로소 다른 것을 보았다. 실상이 보이지 않아도,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도 이미 보이는 것처럼 바라보는 ‘바라봄의 법칙’.
오랜 침묵을 깨고 하나님께서는 내가 갉아먹은 꿈을 만나게 해 주셨다.
아픔 속에서 더욱 빛나는 희망을 그리며 삶을 생각하듯 시를 더듬는다.
가슴에 묵혀있는 체증을 쓸어내리고 역경의 열매를 풀어내 허기진 영혼을 채워주는 사랑과 희망이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아쉽게도 나에게는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 그러나 오직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쓸 수 있는 시를 위해 이제는 기꺼이 아름다운 밤을 밝힐 수 있을 것만 같다.
삶을 바라보시며 오래 참으시고 여기까지 길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아울러 부족한 시를 뽑아주시고 기회를 주신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 그리고 심사위원들께 감사를 드리며, 턱없이 모자람을 알면서도 언제나 묵묵히 격려해 주던 남편과 엄마를 늘 일깨워 주는 스승과도 같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기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던 주위의 여러 친지들, 이웃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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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사장 김성기)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한기문총·이사장 김삼환, 회장 김소엽)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문인선교회(회장 전규태)가 주관하는 제4회 신춘문예 신앙시 수상작이 발표됐다. 올 1월부터 2월 말까지 실시된 이번 공모엔 총 5000여 편이 응모,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심사 결과 대상작 없이 최우수작 1편(이원숙)과 우수작 2편(권여원·김초양) 및 밀알상(장려에 해당) 8편이 선정됐다.

 

전반적인 응모작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대상으로 선정할 만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 발견되지 않아 심사위원들이 전원일치로 ‘대상작 없음’을 결정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석 심사위원장은 “심사기준으로 신앙적 요소에 대한 접목, 시적 형상성, 감동 등을 주로 보았다”고 밝혔다.

 

10여 명의 예심위원이 이틀에 걸쳐 56편의 본선 진출작을 엄선했고, 본심에선 심사위원들이 최종적으로 올라온 28편에 대해 집중토의를 거쳐 당선작을 결정했다. 시상식은 28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11층 그레이스홀에서 열린다.

 

이번 신앙시 응모엔 특성상 목회자나 가족, 직분이 있는 신앙인의 응모가 다수를 차지했고, 기성 중견 작가의 자기 검증을 위한 제출작도 많이 눈에 띄었다. 김소엽 회장은 “5000여 편이 넘는 시가 응모됐다는 것은 신앙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라며 “이를 계기로 기독문화의 창달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본보의 신앙시 공모는 1996년 첫 회를 시작으로 3년간 진행되다 IMF경제위기로 인한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중단됐다. 그러다 올해 한기문총 이사장인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의 관심과 배려로 15년 만에 부활했다.

 

한기문총은 고 정진경 목사의 제의로 김소엽 시인이 회장직을 맡아 1991년 창립됐다. 산하에 문인선교회를 비롯, 미술 음악 무용 건축 국악 방송 연극 연예 사진 등 12개 예술단체를 두고 다양한 국내·외 선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 수상자 명단 △최우수 이원숙 △우수 권여원·김초양 △밀알상(장려) 장은혜 선광현 윤덕남 주조아 김현민 곽휘연 유택상 서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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