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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사들은 / 정미경

 

 

낡은 옷장 하나

아파트 공터 한쪽에 웅크리고 있다

이미 세월 저쪽으로 종적을 감춘 문짝

옷가지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고양이 그림자가 차곡차곡 겹치고 비워지는 사이

목련 나무 마른 이파리 몇이 누워 있다

그렇다면, 나사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를 조이던 시간

나사가 헐거워지자 자주 삐걱대고

아귀가 맞지 않았다

나사 풀린 사람처럼 자주 입이 벌어졌다

제자리를 지키지 못한 나사들이

나를 바깥으로 내몰았다

공터에 뿌리박은 옷장

나뭇가지 그림자들을 받아 건다

밤마다 가로등의 지친 눈빛을

오갈 데 없는 바람들을 재워준다

차곡차곡 수납되는 먼지들의 나이테

문득 날아든 풀씨 하나 싹을 틔우고,

비워서 더 많은 소망을 채우는 날들

시간의 나사가 풀릴수록

나는 점점 나무가 된다

나무들은 질긴 나사

제자리 하나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수상소감] 지치고 힘든 이들을 위해 더 정진


간절한 기도들이 깨어나는 계절입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새 잎을 피우는 나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초록이 전해주는 말을 듣습니다. 내 안에도 새봄이 깨어납니다. 힘든 시간을 견딘 언어들에게 따스한 희망을 전해줍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시를 쓰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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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사장 김성기)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이사장 김삼환, 회장 김소엽)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문인선교회가 주관한 ‘제5회 신춘문예 신앙시’ 수상작이 발표됐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실시한 이번 공모에 총 5000여편이 응모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심사결과 대상 1편, 최우수작 1편, 우수작 2편, 밀알상(장려상) 9편이 선정됐다. 대상은 제인자의 ‘달팽이와 나’, 최우수작은 김승철의 ‘은총’, 우수작은 정미경의 ‘그렇다면, 나사들은’과 유지호의 ‘해질 무렵에’이다.

 

이번 응모작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유승우 심사위원장은 “예년보다 더 많은 작품이 응모되었고 작품의 수준도 높았다”며 “신앙적 요소에 대한 접목, 사물의 속성을 이미지로 잘 형상화시킨 시적 형상성, 감동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10명의 예심위원들은 지난 7일 모임을 갖고 하나님의 뜻이 담긴 사물의 속성을 잘 형상화한 25명의 본선 진출작을 엄선했다. 이어 8일 진행된 본심에선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위촉한 이길원(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시인, 권택명(외환은행 나눔재단 상근이사) 시인과 유승우 시인이 최종적으로 올라온 25명의 작품에 대한 집중토의를 거쳐 당선작을 결정했다.

 

시상식은 27일 오전 9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11층 그레이스홀에서 열린다.

 

김소엽 회장은 “5000편이 넘는 시가 응모됐다는 것은 신앙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라며 한국 문학과 기독교 문학의 발전을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대상 제인자 △최우수작 김승철 △우수작 정미경 유지호 △밀알상 박점득 최수은 이수진 홍수헌 구금섭 정진미 정예영 이강천 김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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