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 / 김초양
하얀 눈발이
냉쾌冷快하게 날리는 깊은 밤입니다
연연戀戀한 아픔으로
기어코 상심의 붓을 들었습니다
미명의 새벽마다
당신을 향한 발걸음
통회하는 내면의 이슬 묻은 고백에
왜 잠잠히 계시는지요?
당신에 대한 열망과 충만으로 절규하면서
공막空漠이 나의 전의식을 휩싸고 있습니다
당신의 호흡에
영혼은 젖어들었고
육신의 세포는 살아 뛰었습니다
내 영혼을 성형하고 영골靈骨을
교정시키시고
세상에서 나를 분재시킨 임이시여!
당신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무시는데
나 혼자만 늘- 허기진 외로움에 갈증을 느낍니다
당신에 대한 충실을 거부하지 마십시오
슬픔과 고통에도 은총이 깃든다고 하였으니
관념의 행로에서 돌아보아 주십시오
사흘 밤 사흘 낮
철철 눈물 쏟던 막달라처럼
소녀도 그렇게, 그렇게 울게 하여 주십시오
선혈의 가시관을 저를 위해 쓰셨다면
임재의 확신도 함께 주십시오
가슴살을 파낸 마음의 성城에
당신만을 위한 비원秘苑을 만들겠습니다
침묵치 마옵소서
“마라나타” 기다립니다
뜨겁고 무량한 말씀 듣게 하여 주십시오
[수상소감]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편지
옛날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아름다운 일력을 만들어 추운 겨울을 지냈다고 합니다. 동지를 보낸 후 매화나무 가지를 그려놓고 거기에다 하루에 하나씩 매화꽃을 피우며 봄을 기다리는 겁니다. 마른 나무 가지에 매화꽃 여든한 송이가 피어날 때 창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한 거지요. 단순히 로맨틱한 봄맞이는 아닐 것입니다. 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유정한 심정에는 삶에 대한 깊은 외경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고 낮은 마음으로 시를 쓰는 일도 그리하리라 여겨집니다.
시를 쓰면서, 언제나 시로서, 주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기를 소망하며 하나님을 향한 경건하고도 뜨거운 절규를 위한 사랑의 편지를 시로 썼습니다. 신앙이 나의 생명이라면, 문학은 나의 삶이고 역사입니다. 통증 같은 열망으로 문학에 대해 철저히 사역당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기독문화의 글밭에 등불을 밝혀 오신 많은 분들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졸시에 부여된 영광은 오직 주님의 것입니다.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에도 큰절 올립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저의 지도교수였던 강영환 교수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효정이와 민지 사랑한다.
아무리 겨울 뒷자락이 길어 옷깃을 여며도 오늘은 봄입니다. 구구소한도의 마지막 꽃 한 송이를 그려 넣는 날, 창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하는 날, 내 인생 최대의 환하고 눈부신 봄날,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으로 부끄러움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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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성경의 믿음을 시인 일상 속에 형상화 뛰어나”
이틀에 걸친 예심의 결과 56편에서 28편 그리고 14편의 수상 범위에 든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 중 대상과 최우수상을 두고 5명의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끄는 작품을 5편으로 다시 압축하여 대상을 위한 심의의 결과 대상에 해당하는 작품은 내년을 기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5000여 편의 방대한 작품이 접수되었고, 전반적인 작품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나 괄목할 만한 눈에 띄는 대상 작품감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논의 결과 최우수작으로 이원숙의 ‘믿음으로 가는 길’을 우수작으로 권여원의 ‘봄의 첫 장’, 김초양의 ‘연서’로 결정하였다. 수상자로 결정된 세 분의 수상을 축하 드린다.
우선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원숙씨의 ‘믿음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이 상을 기획하고 제정한 취지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다. 처음과 끝의 세련미에 반하여 중간에 약간 이미지의 산만함이 보였지만 성서적 큰 소재인 믿음과 행위를 시인의 일상으로 끌어들여 시로써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에 점수를 보탠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권여원의 ‘봄의 첫 장’은 수상작으로 선택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시적 구성에서 안정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와 아울러 이 상이 지향하고 있는 시의 형식과 내용에서 영적 육화 과정이 좀 모호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초양의 ‘연서’는 생경한 언어를 사용하여 신앙시가 자칫 갇히기 쉬운 감성을 타파, 신선도를 높였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너무 평범한 시적 흐름에 다소 흠이 있다.
밀알상(장려작)으로 선정된 8편의 시들도 수상작 3편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었다. 곽휘연씨의 믿음 안의 삶을 ‘설거지를 하며’로 비유, 잔잔한 신앙의 감동을 표출한 작품 등은 우수상 탈락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밀알상 해당 작가들의 계속되는 시적 정진을 바란다.
짧은 기간 많은 응모작품이 있었고 상을 제정한 의도에 맞춰 작품들을 보내 주었다. 그러나 대상이 탄생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위에 최우수, 우수의 3작품과 밀알상으로 선정된 8편의 시들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수확이라 하겠다.
- 심사위원장 김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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