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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산다 / 천양희

 

 

나 먹자고 쌀을 씻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三苦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나 살자고 못할 짓 했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잘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三毒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三蟲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오늘밤

전갈자리별 하늘에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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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제8회 째를 맞는 이육사문학축전의 주제는 "그대의 숨결이 새벽하늘 무지개로 서리라!". 육사선생의 문학적 혼과 나라사랑이 우리들 가슴에 무지개로 빛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이번 여름 문학축전엔 청포도사생대회가 오전 10시부터 이육사문학관주변지역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K-water 안동댐관리단이 후원을 맡아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미래의 꿈이자 희망인 어린이들에게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대회를 개최한지 3회째를 맞고 있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이육사문학관 낭독회엔 박형준 시인을 초청하여 지역문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의 순수한 독자인 시민들과 시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오후 4시에는 안동병원과 TBC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하고 있는 제8'이육사시문학상' 시상식이 이육사문학관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됐다. 수상자는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는 작품집을 발간한 천양희 시인이 영광을 안게 되어 2천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진솔한 시어와 서정적 울림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천양희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소월시문학상, 박두진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올해엔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여 2관왕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육사선생의 따님인 이옥비 여사를 비롯한 후손들과 권영세 안동시장, 김광림 국회의원, 김병일 국학진흥원장, 이재춘 안동문화원장, 이상정 소망교회원로장로, 이동수 성균관청년유도회장을 위시한 많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특히 직전까지 안동시부시장을 지냈던 김태웅 전부시장 내외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으며 권오을 국회사무총장을 대신해 부인 배영숙씨가 자리를 메우기도 했다.

 

오후 5시엔 산문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현대시동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현재 <현대시학> 주간으로 있는 정진규 시인의 문학 강연이 이어졌다.

 

작년도에 장소 문제로 중단이 되었던 '이육사문학캠프'를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육사 여름 문학학교'로 개칭하여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서 열리고 있다. 730일부터 81일까지 23일로 치러지는 이번 이육사 여름 문학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80명 정원 선착순 마감하였는데 지난 20일 종료되었다.

 

이번 여름문학학교에선 문인담임제에 참가한 문인들로는 박형준 시인, 주병율 시인, 고영 시인, 서영처 시인, 배영옥 시인 등 젊은 시인들이 참여하여 글쓰기 및 독서에 대한 지도를 맡아 진행한다.

 

이육사문학축전 가을 행사는 1029일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린다. 가을엔 저항시인 시노래 패 공연을 시작으로 젊은 유명여류시인들의 난상토론, 이육사백일장, 시낭송대회 등 알차고 유익한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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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을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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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귀가 서럽다 /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귀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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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 대표로 활동하는 정일근 시인(52·경남대 교양학부 교수)'7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육사시문학상 주관사인 TBC 대구방송은 제7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정일근 시인의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 젊은시인상 수상자로 이대흠 시인의 시집 '귀가 서럽다'(창작과 비평사)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7회 육사시문학상 심사위원 김주연(문학평론가), 정희성(시인), 김종해(시인), 김재홍(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이태수(시인) 등은 "운명의 형식으로서 고독과 허무를 깊이 있게 천착하면서 그것을 사랑과 슬픔으로 따스하게 치유하려는 서정적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뛰어난 시집"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6시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 개막식에서 마련된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1000만 원이, 젊은 시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이 주어진다.

 

정일근 시인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우리나라 시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육사 이원록 선생의 이름자가 들어간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무거움을 느낀다""육사 선생의 시정신에 부끄럽지 않는 시인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시인은 1984'실천문학'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처용의 도시', '경주 남산',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오른손잡이의 슬픔',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그동안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시력 25년을 기념해 펴낸 정일근 시인의 10번째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는 지난해는 지훈문학상을, 올해는 육사시문학상을 수상해 남다른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육사시문학'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TBC 대구방송이 지난 2004년 제정했으며 그동안 정완영, 김종길, 허만하, 이수익, 정희성, 김형영 시인 등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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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나무 안에서 / 김형영

 

 

산에 오르다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쉬었다 가자.

하늘에 매단 구름

바람 불어 흔들리거든

나무에 안겨 쉬었다 가자.

 

벚나무를 안으면

마음속은 어느새 벚꽃동산,

참나무를 안으면

몸속엔 주렁주렁 도토리가 열리고,

소나무를 안으면

관솔들이 우우우 일어나

제 몸 태워 캄캄한 길 밝히니

 

정녕 나무는 내가 안은 게 아니라

나무가 나를 제 몸같이 안아주나니,

산에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나무와 함께

나무 안에서

나무와 하나 되어 쉬었다 가자.

 

 

 

 

나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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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여우 / 류인서

 

 

재 하나 넘을 적마다 꼬리 하나씩 새로 돋던 때

나는 꼬리를 팔아 낮과 밤을 사고 싶었다

꼬리에 해와 달을 매달아 지치도록 끌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꽃을 샀다

새를 샀다

 

수수께끼 같은 스무고개 중턱에 닿아

더 이상 내게 팔아먹을 꼬리가 남아있지 않았을 때

나는 돋지 않는 마지막 꼬리를 흥정해

치마와 신발을 샀다

피묻은 꼬리끝을 치마 속에 감췄다

 

시장통 난전판에 꽃핀 내 아홉꼬리 잃어버린 춤사위나 보라지

꼬리 끝에서 절걱대는 얼음별 얼음달이나 보라지

 

나를 훔쳐 나를 사는

꼬리는 어느새 잡히지 않는 나의 도둑

 

당신에게 잘라준 내 예쁜 꼬리 하나는

그녀 가방의 열쇠고리 장식으로 매달려 있다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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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은 제6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김형영(65) 시인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나무 안에서'.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대해 "자아와 세계 사이의 교감과 친화를 깊이 있게 형상화하면서 생명사랑과 사랑의 철학, 그리고 평화사상을 지속적으로 천착해 이육사의 문학정신을 계승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젊은 시인상에는 시집 '여우'의 류인서(49)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본상 1천만 원, 젊은 시인상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초 TBC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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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 / 정희성

 

 

감꽃 지자 달린

하늘 젖꼭지

그대여 날 가는 줄 모르고

우리네 사랑 깊을 대로 깊어

돌아다보면 문득

감이 익겠네

 

 

 

 

돌아다보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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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을 말하는 일은 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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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방송(TBC)은 제5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에 정희성(63) 시인의 '돌아다보면 문득', 젊은시인상에 신용목(34) 시인의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를 각각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본명 이원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지난 2004년 제정한 상으로, 올해 심사는 김종해 전 한국시인협회장과 김주홍 경희대 교수 등이 맡았다.

 

정 시인은 내면에 격조 있는 역사의식과 단아한 선비정신을 담고 있으면서 이를 예술의식으로 통합한 것이 육사의 문학정신과 상통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 시인의 작품은 동시대적 삶에 드리워진 어둠과 상처를 깊고 연민에 찬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TBC측은 전했다.

 

시상은 다음달 초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있을 예정이며 본상 수상에는 1천만원, 젊은시인상 수상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상패와 함께 각각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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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꽃나무 아래의 키스 / 이수익

 

 

더 멀리

떠나왔나 보다.

密敎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

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간 상처를 내려다보며

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면서

몇 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

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

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

저 감옥 속으로

감옥 속으로.

 

 

 

 

꽃나무 아래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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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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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방송(TBC)은 제4회 육사시문학상 본상에 이수익(65) 시인의 '꽃나무 아래의 키스', 신인상에 김선우(37) 시인의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각각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본명 이원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제정한 상이며, 올해 최종 심사는 오생근 서울대교수, 이동순 영남대 교수 등이 맡았다.

 

이 시인의 작품은 정신과 감각이 섬세하고 깊이있게 통합되어 은은한 시적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평가와 함께 '발견의 시학''깨침의 시학'을 관통하는 시안(詩眼)의 신선함이 시법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감각의 신선함을 일깨운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TBC측은 설명했다.

 

또 김 시인은 발랄한 상상력과 모성적 포용력을 겸비해 세계를 새롭게 보고 다양하고 풍부한 언어를 통해 우주적인 소통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4회 육사시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2일 경북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며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천만원이, 신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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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야생의 꽃 / 허만하

 

 

의미에서 풀려난 소리는 비로소 아름답다.

숲속에서 새의 지저귐 소리 들어보라.

물에 비친 가지 끝 섬세한 떨림을 보라.

의미는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는다.

말이 되기 이전의 의미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 꽃나무.

지는 꽃잎은 소리를 가지지 않는다.

침묵의 배후에 펼쳐지는 끝없이 넓은 들녘을 보라.

사람의 시선이 머문 적 없는 야생의 꽃들이 있다.

흰 색 가운데서 흰 꽃잎은 희지 않은 것 가운데서 흰 것보다 본질적으로 희다.

꽃들은 정직하게 미래를 믿고 있다.

흰 꽃은 순결한 미래를 믿기 때문에 희다.

이름 없는 들꽃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의 꽃가루를 만들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을 보라. 목숨은 역사 이후의 다른 별까지 날아간다.

지구가 사라진 뒤의 낯선 천체 위에서 꽃들은 바람도 없이 온몸을 흔들 것이다.

불멸의 언어처럼 인류를 추억할 것이다.

 

 

 

 

야생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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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 길상호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 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낼 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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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대구방송이 제정한 제3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시집 '야생의 꽃'의 작가 허만하(74) 시인이 선정됐다. 이 상은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상.

 

시집 '야생의 꽃'"주체적 시선으로 자연과 사물을 지적으로 통찰하면서 고도의 사유 축적만이 일궈낼 수 있는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보여 높이 평가된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허 시인은 "중앙이 아닌 세상의 도처에 시를 벼리는 자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부산 시()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묵묵히 시의 길을 가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957'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허 시인은 제32회 한국시인협회상, 15회 이산문학상, 5회 청마문학상을 수상했었다.

 

신인상에는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를 냈던 길상호(33) 시인이 뽑혔다. 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로 등단, 2004'현대시동인상'을 수상했었다.

 

시상식은 1013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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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가을 / 김종길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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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호랑이 발자국 / 손택수

 

 

가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해마다 눈이 내리면 호랑이 발자국과

모양새가 똑같은 신발에 장갑을 끼고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지대 어디를

엉금엉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눈 그친 눈길을 얼마쯤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눈이 내리는 곳 그쯤에서 행적을 감춘

사람인 것도 같고 사람 아닌 것도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래서

남한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이 몰려가고

호랑이 발자국 기사가 점점이 찍힌

일간지가 가정마다 배달되고

금강산에서 왔을까, 아니 백두산일 거야

호사가들의 입에 곶감처럼 오르내리면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이 복고풍 유행처럼 번져간다고 치자

아무도 증명할 수 없지만, 오히려 증명할 수 없어서

과연 영험한 짐승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로군

해마다 번연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가슴속에 호랑이 발자국 본을 떠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고 치자 눈과 함께 왔다

눈과 함께 사라지는, 가령

호랑이 발자국 같은 그런 사람이

 

 

 

 

호랑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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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이 제정한 제2회 육사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종길(79)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 상금은 1천만원.

 

올해 신설된 신인상은 손택수(35) 시인의 시집 '호랑이 발자국'이 선정됐다. 상금은 500만원.

 

육사 시 문학상은 지난해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정됐다. 1회 시상식이 치러진 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며, TBC대구방송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경상북도·안동시 등이 후원한다.

 

시상식은 10월 중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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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등불 / 정완영

 

 

내가 죽어 저승에 가면

 

이승이 고향 아닐까

 

너랑 나눈 한잔 차 이야기

 

오소소 추운 낙엽

 

가을밤 잘 익은 등불이 모두 꿈길에 밟히겠네

 

 

 

 

 

구름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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