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연오랑 유문 / 송은유
뭍섬의 경계가 느슨해지면
유독 노을만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손잡은 사람이 손을 맡긴 이유를 물으면
무거운 저녁 하늘만 대답할 것 같다
도착하지 않은 파도가 미리 당신을 지우는 사이
내 발목은 나와 모르는 사이가 된다
당신이 섬월처럼 잠든 사이 내 몸 어딘가 곡선이 자란다 물새는 희박하고 종일 노을이 부서지고 있었다 바위는 왜 당신을 모시고 갔나요 나는 하강하는 것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멀리 떠나온 것들의 대답이 쌓이면 섬이 된다 동해는 여전히 해가 뜨지 못했고 섬은 다시 유쾌해지기 위해 수척해진 이유를 묻지만 잠든 당신은 내게 아픈 발자국일 뿐 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행간도 사막이겠다 모래섬을 배운 이후 익사를 위해 조용해지는 법을 배운다 동쪽보다 내가 먼저 해 뜨는 풍경이 되고 싶었다 그것은 낮을 숨기는 방식이라고 말했고 모래와 모래의 오차가 커질수록 망부의 노래가 쌓여갔다 섬의 후렴을 따라 부르다 내 안에 숨은 당신의 둘레를 꺼내 먹는다
돌처럼 무른 마음
틈새로 저 멀리 흰 돛이라도 보일까
섬 안에 몸을 눕힌다
노을이 끝난 사람처럼 고백하다가
무섭게 나를 파먹는 섬을 본다
까만 내 안에 살던 등대섬
불이 꺼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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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바람의 눈을 꿰다 / 김성배
[우수상] 호미곶에 회유한 쇠고래 / 서상규
[우수상] 불의 정원 / 황현자
어머니! 제가 사는 마을엔 불이 꺼지지 않고 타는 정원이 있습니다
수십만 명 밥그릇이 담긴 화로가
오십년도 넘게 쇳물처럼 출렁이고
열기에 놀란 수증기가 구름처럼 피어납니다
어머니! 이곳은 바다가 육지사이로 깊숙이 들어와 있어요
양수처럼 큰 파도 없이 돛 없는 배들이 달처럼 떠다닙니다
모감주 씨주머니처럼 떠돌던 우리도 바람에 실려 정착한 곳이
이곳입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계셨더라면
글싸라기 같은 꽃이 원추꽃차례 가지에 염주처럼 피어있고
장마 오기 전 급비를 뿌려주는 모감주 가로수 길을 걸어
불의 정원까지 가고 싶습니다
나루끝에서 정원까지 한 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가는 길엔 로즈마리 향이 도시의 향수로 뿌려져 있답니다
어머니! 밤이 되면 영일대 전각으로 가 바다에 뜬 달과 함께
밤바다 모래사장을 거닐고 싶습니다
밤바다 출렁이는 이곳의 전설들을
엣날 들려주시던 이야기로 듣고 싶습니다
멀리 등대에선 아버지가 돌아오실 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달이 장난칠 구름도 없는 밤이면
정원의 불도 고로의 불도 등대의 불도
달빛과 함께 서로 밝기를 뽐내는 회향한 밤입니다
어머니! 제가 사는 마을엔 불이 꺼지지 않는 정원이 있습니다
포항문인협회(회장 서숙희)는 지난달 30일 ‘제13회 포항소재문학상’ 작품 공모 수상자를 발표했다.
최고상인 대상에는 송은유<사진>(경남 거제시)씨의 시 ‘연오랑 유문’에 돌아갔고, 소설 부문 최우수는 배현수(경북 포항시)씨의 ‘지미’, 시 부문 최우수는 김성배(경기도 부천시)씨의 ‘바람의 눈을 꿰다’, 수필 부문 최우수는 김태선(경북 포항시)씨의 ‘구름 날개를 단 환호공원’이 입상했다.
대상 작품 ‘연오랑 유문’은 언어의 유려함과 무리 없이 끌고나가는 힘이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송은유 씨는 “2021년 힘든 시기에 무명의 시인에게 시를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신 포항문인협회 관계자 분들과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지구 곳곳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인들께도 호미곶의 뜨거운 내일이 식어가는 심장에 큰 힘이 되어 주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 씨는 국어교육학 석사로 문학동인 Volume 2021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3회 남구만신인문학상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월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간 공모한 포항소재문학상 작품 공모에는 전국 각양 각지에서 시 부문에 111명 378편, 소설에 39명 40편, 수필에 41명 89편이 응모됐다. 시상식은 12월 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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