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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호미곶의 재발견 / 이연자
호미곶을 깨우는 건
손이 떠받치고 있는 파도소리다
목이 긴 기린으로 서 있는 등대,
나선형 불빛으로 여름밤을 건너왔을까,
눈꺼풀이 파르르하다
어느 가난한 예술가, 손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손에 해와 달이 앉았다가고
귀신고래의 항로가 된다는 것을 알았을까
손은 그때부터 호미곶의 꽃이 되었다
종일 시들지 않는 바다를 키운다
나비와 새들이 날아와 머리를 처박아도
파도소리는 떨어지지 않는다
바다를 위해
갈매기는 울음이란 문장을 새겨놓았다지
뒤통수만큼 환한 손바닥,
비와 눈이 와도 손바닥은 젖지 않는다
손금으로 쓰는 신화,
호미곶은 파도를 총총 키우듯 쉽게 저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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