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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다 / 신달자

 

거실에서는 소리의 입자들이 내리고 있다

살 흐르는 소리가 살 살 내리고 있다

30년 된 나무의자도 모서리가 닳았다

300년 된 옛 책장은 온몸이 으깨어져 있다

그 살들 한 마디 말없이 사라졌다

살 살 솰 솰 그 소리에 손 흔들어주지 못했다

동거하는 것들은 목숨처럼 멈추지 않고

소리의 고요로 고요의 소리로 흐르고 있다

조금씩 길어나르는 손이 있다

멀리 갔는가

사라지는 것들의 세계가 어느 흰빛 마을을 이루고 있을 것

나 거기 가끔 몽환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모습 보이지 않으나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

내 집의 부스러기 내 몸의 홑겹 살비듬들 보인다

다 닳는다

내 손가락 은반지는 가끔 살 벗겨지는 소리를 낸다

다 어딘가로 흐를 것

 

흘러내리는 소리

흘러가는 소리

멀리 사라지는 소리

소리와 소리가 흐르는 소리

 

이 깊은 밤 창 안이나 창밖이 모두

나와 함께 고요히 자신의 살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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