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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옹이 / 홍신선
겨우내 따귀 떨던 풍설(風雪)의
그 가혹행위 담아낸 숙근초(宿根草)의 내공은 얼마나 얼얼한 것인가.
그 쑥대밭이던 난리 때 두세 집 건너 한 집 꼴이던가,
피 묻은 옷가지를 평생치 눈물로 빨고 헹궈낸 아낙들의 속념은 어떤 것인가.
여섯 달 만에 백골로 출현한 독거남 중장비 기사,
유서처럼 남긴 쪽방 허공엔
익명의 이 사회가 놓은 올무인가
달랑 그의 생을 옭아맨 머리칼 몇 올 느슨히 풀려있었다는데
마침, 워킹 코스의 너테 위에 엉덩방아 찧으며
골반 뼈 부서졌을 저 백수 늙은 햇볕은 또 비명을 얼마나 길게 삼키는가.
그만한 옹두라지는 누구에게나 삶이 극한에 이르러서야 단단하게 압축된 파일이라고
그만한 옹두라지는 누구에게나 먹먹한 이력들 압축한 콘텐츠라고
막 방한복 벗은 공원의 뭇 나무들은
되레 천연스럽다 못해 능청인데
칠 벗어진 벤치에 쭈그려 앉아
나도 오늘은
마음자리 확 내리받아 깔고
내 기억 바탕화면의 옹두라지나 압축풀기로 가만 검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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