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소금꽃 / 김민규
[은상] 고드름 / 채규근
[은상] 옥자 / 선희석
[은상] 광대 / 김동현
[은상] 몽돌 / 서해웅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여수 몽돌 바닷가
발가락 사이로 물이 스미듯
돌과 돌 사이사이로 파도가 들어치고 있다
바위섬과 뭍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바다 위 넘실대는 윤슬
햇볕에 달구어진 돌 위에 앉아
몽글몽글한 살결을 어루만져 본다
파도도 보드라운지 자꾸만 밀려와
꽉 움켜쥐고는 이내 다시 부서지고 만다
얼마나 견뎌야만 이토록 매끈해질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깎이고
거친 바람에 저네들끼리 부대끼며
모난 얼굴 동글동글해질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견뎌야
안으로 안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까만 돌 위 점점이 박힌 하얀 무늬들
아픈 시간의 반짝이는 기록들
징검다리처럼 한발 한발 따라가다 보면
거기, 커다란 손 넘실대는 검푸른 바다가 있다
[동상] 풍장 -매미 탈피각 / 이호종
[동상] 아버지의 배 / 박수찬
선창에 목줄을 메고 온종일 삐걱이는
아버지의 작은 목선은 경전이고 서당이다
이물에도, 고물에도
독해 할 수 없는 글들이 가득하다
오늘도 솜금기 가득 머금어 독 오른 해풍이
어깨동무를 겹겹이 하고 몰려와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아버지의 팔순 주름을
갑판에 서각을 하고 돌아간다
새롭게 새겨진 글자들을 볼 때마다
아버지의 눈은 회한의 글을 쓴다
너도 이제 다 늙어 가네
한 세상 산다고 고생 찬 많았데이
한국전쟁 때
포탄에 다리를 잃은 아버지
곰삭아 살이 떨어져 나간 건현에
송판을 덧대고 못질을 하신다
바람이 말벌소리를 내며
갑판에 벗어 놓은 의족 안을 기웃거려도
신경은 온통 뱃삼에 있다
9607028-6408852
연안지방 허가판을 주소처럼 달고
바다가 되어 가신다
[동상] 타카시마로 가는 길 / 박기준
[동상] 폐경 / 김형만
[동상] 산정묘지 / 정기원
[동상] 겨울 갯벌의 저녁 / 김두길
지퍼가 열린 해안선
질척한 갯벌의 내장이 쏟아진다
언제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침묵으로부터
귀를 테러당한 적이 있는 거기,
몇 봉지 탈수가 덜 된 파도의 물집이 남아 있고
온몸에 울음의 면적이 퍼져 있는 갯바람의
희미한 궤도가 떠돌고 있을 뿐
쓰러지는 방법을 배운 겨울 갯벌은 이제
다시는 지상에서 직립하지 않을 것이다
보라,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걸어온 길을 뱉어내고 있는 평면
생각하면, 끝은 시작의 후유증에 발과할 뿐
반드시 세상의 어딘가에
끝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음에도 평면은
왜 우리의 생애처럼 항상 끝을 향애 가고 싶을까
천정이 없는 북반구 위로
대규모의 날이 저무는 시간
죽음처럼 식어버린 방파제 위에 서서 나는
어쩌면 시작보다 더 필사적인 끝을 위하여
살다가 결국 나였음이 밝혀질 그대
어느 반대편의 저녁 속에서
내 등에 기대어 슬슬이 저물고 있을
그대의 빈 몸 속으로
셀 수 없으므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새떼를 날려보낸다
[동상] 저녁의 산책 / 신현숙
[동상] 자반고등어 / 박정훈
갈길 잃은 흩어짐으로 아직 남은 늦더위가
오후 두시 골목시장 좌판을 훑고 간다
비린내 가득한 좌판 위로 자반고등어가
지친 늑골의 육신을 내려놓고 외마디 외침으로
공양의 길을 가고 있다
검은 빛 감도는 허파 사이로
오대양 심해 온갖 세월을 유영하던 움직임들이
이젠 숨죽여 발가벗은 몸으로
미소같은
그윽한 편안함이 묻어 있다
소금에 염장되어
자신의 마지막 한 점 살점까지도
몸 보시 하는 인자한 황금빛 웃음에는
한여름 그 길고 험한 물길질 대신,
이젠 모든 생리작용을 마치고
세월의 빗장을 열어둔 채
죽음의 정원을 짓는
늙은 누에의 거룩한 영혼의 입놀림같이
자식들의 굶은 배를 위해
물배 채우시는 늙은 어매의 얼굴이 있다
[동상] 전당포 / 이희복
갚아야 할 죄 값
빚 때문에 영혼의 반을 팔았다
오른팔을 올리면 교회 탑 뾰족한 지붕이 서고
왼쪽 눈을 뜨면 사창가 울음을 핥아내는 입술이 열렸다
나는 젊음을 담보로 삶을 팔며 술로 살았다
하나 둘 늘어나는 빈병의 공간 속에
정신적 치유를 위한 고뇌를 담으나
깊어가는 상실은 막을 길 없고
살기 위해 살찌우는 빚 덤이
짙은 화장으로 잠이 든 아내,
들락거리는 푼돈은 아내의 취기에 가난만 입힐 뿐
오늘 쪽 어깨의 통증엔 아무런 보탬이 없다
뜰 때마다 쌓이는 눈꼽에 가려지던
나날이 무디어지고 낮아지는
십자가의 높이와는 아랑 곳 없이
육신을 쪼고 있는 전당포의 팻말은 지금도
부엉이 눈처럼 껌뻑거린다
[동상] 로드킬 / 심진경
[동상] 항구의 아침 / 이규준
아침마다 항구에는 비늘이 날을 세운다
오가는 파도에 몸을 싣지 못하고
그물에 갇혀 쪽잠을 잔 물고기들
밤새 접혀있던 비늘이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켠다
사십년 전, 칡같이 질긴 보릿고개에
모진 입 하나 덜고자
자갈밭 두 마지기 덤으로 안겨 주면서
부초처럼 떠 밀려온 시집살이
그저께 물때 보고 돛을 올린 김 영감
떠난 날이 제삿날인가, 돌아올 날 기약 없어
곱게 모은 두 손, 밤새 사발에 넘치는 기도
그 염원 결코 헛되지 않아
만선의 깃발 올린 낯익은 돛단배 하나
아낙의 아침 숨결이 길다
수평선을 허무는 아침 해가
항구의 어둠을 둘둘 말아가자
하나 둘 무게를 버리는 배들
비었던 좌판은 뜨거운 호흡으로 열이 오른다
마지막 비린내마저
싹슬이 해가는 경매사의 갑싼 흥정
아침 항구의 좌판이 식어가고 있다
[동상] 편의점 24시 / 김화숙
그녀는 마네킹처럼 유리창에 진열된다
마지막 버스가 떠나자 형광등 불빛이 유난히 빛나는 순간,
열한시에 구석에서 컵라면을 먹던 남자가
열두시에 급히 와서 생리대를 챙겨 갔다
그의 다급한 발소리너머
고양이가 밤하늘을 홀리고 있다
창 쪽에 두 개 남은 사발면
붉은 눈의 노인은 올 때마다 같은 면을 선택한다
허겁지겁 건더기만 쑤셔 넣고 소주는 따로 붓는다
그는 마트에서 세끼를 산다
겨울 속에 인스턴트 그림이 부유한다
계산기 앞에 서 있는 그녀도 인스턴트 식품이다
하루와 하루가 물려 있는 시간은
마법에 걸려 영원으로 간다
하루가 어떻게 끝나는지 몰았던 날들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몰랐던 날들
기억 속에서 걸어 나와 유리창을 서성이고
시간을 세고 있는 그녀는
눈동자가 뿌옇게 닳고 있다
생활이 품목으로 떠 있는 공간에서
그녀의 시간이 박제되고 있다
정거장에 깨어 날 때까지 한 세기가 왔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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