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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괴한 자장가 / 오광석
 
   머리 둘 달린 아이가 낫을 들고 다닌대 달 없는 밤마다 골목 구석구석 다닌대 어느 집 창문을 넘어 들어가 잠든 아이들의 머리맡에 쭈그리고 앉는데 밤마다 아이들이 잠들면 어깨어림에서 불쑥불쑥 머리가 새로 자라는데 아이들은 새로 자라나는 머리가 꾸는 기괴한 꿈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데 머리 둘 달린 아이는 자라나는 아이의 다른 머리를 싹둑 하고 잘라 낸대 아이들이 편안한 얼굴로 잠속으로 빠져들면 머리 둘 달린 아이는 휴우 한숨으로 일을 마치고 다시 창문 너머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지는데 자기 머리 하나는 스스로 자르지 못해 기괴한 꿈속을 헤맬까 잠들지 못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노래를 부른대 달 없는 밤마다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면 어른들은 무서워 문을 꼭꼭 잠그는데 아이들은 자장가로 들리는지 새근새근 잠이 든대



 
 
 
옥스퍼드의 마법사 / 오광석


옥스퍼드에 미친 마법사가 산다네
네모난 집에 네모난 방에
미친 마법사가 산다네
사방으로 뿌려지는 네모와 동그라미
끼우고 끼워서 세상에 없는
마법들을 쏟아 낸다네
홀로 이야기를 만들며
방에 들어앉은 그가 손뼉을 치면
네모난 집은 점점 넓어지고
그의 이야기는 점차 길어져
역사를 시작한다네
길고 짧은 모형들이 살아 움직여
성벽을 올리고 성문을 만들고 누각을 올려
그 위에 나부끼는 종이 깃발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질 때
이루어지는 왕국
두 손으로 끼우고 맞춰 창조한
신기한 마법의 왕국
그 곁에 모여드는 우리는
마법사에 반한 무리들
훗날 마법사가 세상에 나서면
발칵 뒤집어질까 상상만으로 즐거워
키득키득 미치게 웃는 무리들
그 모양이 이상한지
자꾸만 뒤돌아 바라보는
옥스퍼드엔 블록에 미친 마법사가 산다네
그의 곁에는 마법사에 미친
우리가 산다네
 
 




장화 신은 고양이 / 오광석


오므린 입술이 앵두처럼 빨간 고양이 앞에
나는 생쥐로 변신한 오우거
잡아먹을까 잡혀 먹힐까
고민하는 두 눈동자가 반짝여
마술을 부려 거인으로 돌아가려 하면
얼른 덮쳐 오는 고양이
툭툭 치며 장난을 걸어와
온몸으로 껴안으면
두근두근 그 심장 소리가 들려
가르릉 가르릉 숨소리가 들려
나의 성을 차지하고 눌러앉은 고양이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
장화를 좋아하는 고양이 앞에
나는 비에 젖은 생쥐가 된 오우거
초롱한 눈을 바라보고 나면
무서운 거인으로 돌아가는 주문이
생각이 나질 않아
긴 장화를 신고 빗길을 또각또각
소리 내며 걷는 자그마한 고양이
낮은 우산이 전신을 가리면
눈앞에서 사라질까 두려워
자세를 낮추고 허리를 구부려
우산 속을 들여다보지
눈웃음을 치는 장화 신은 고양이
번쩍 들어 올려 거인으로 돌아온 나는
매혹 주문에 걸려
고양이를 사랑하는 오우거
 
 * 장화 신은 고양이 : 프랑스 동화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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