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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꼬치 / 강응민

 

우리는 노점상을 마주보고 나란히 서서

닭꼬치를 먹는다 한 방울의 매콤한 소스까지
남김없이 해치운다 그러다 문득 너는 묻는다
닭꼬치에 꽂힌 이 육즙 어린 살점은 닭의 것일까
그러자 머릿속에는 닭도 아닌 비둘기도 아닌 어떤
새가 그려지고 그것을 우선은 닭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말 그대로 피와 살과 뼈도
없이 아침마다 홰를 치고 모이를 쪼는 그런
가상의 닭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서로의
입술에 묻은 소스 같은 것을
닦아주었으니 가상의 닭을 엮은
이 닭꼬치는 가상의 닭꼬치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가상의 것을 좇는 식욕에 이끌려 왔을
따름이고 때때로 식욕은 사랑과 공생하며
허기를 태(胎)삼았으니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가상을 뒤따라온 우리의 사랑 또한
가상의 사랑일 수 있겠다
그리하여 가상의 사랑을 하는
우리 또한 가상의 우리일 뿐이고

그제야 알고 말았다

 

너는 나의 

나는 너의
가상이라는 것을
이렇듯 우리를 둘러싸고
계절감을 잃은 계절풍이 불어오자
소스도 핏물도 아닌 것이
뚝뚝 떨어지며
이내 흥건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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