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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 시외버스 터미널 / 전명환

 

칼이 떠다니는 바다에는 술 위에 배가 뜬다

바람을 먹고 자라는 배들은 만석이 될 때까지 해를 거두었다가, 얼마 안 되는 빛까지 잔에다 들이붓고 말하는 법을 까먹은 등대만 눈을 깜빡인다

바다 향이 이렇게 독하다

동네에 불을 지르는 생각 같다

생각

 

소년은 쥐고 싶은 것이 많다

한 번쯤 쥐어 본 것들을 다시 놓지 않겠다고 결심할 때 소년은 과거로 도망치고

이 동네 사람들은

바다에 떠다니던 칼을 하나씩 주워 온다

대부분 사람을 죽이기 손쉬운, 생김새다

생김새니까 죽은 사람만 있고

죽인 사람은 없다

칼을 무서워하는 뜨내기들은 바람에 귀가 베여 있다

뜨내기들이 그렇다

 

나 또한 집에 칼을 세워두었다

나름 살 만한 동네라는 말이 거기서 나오고

 

몇 년째 일기에 꼭 쓰는 말이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허세를 부린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그렇고 남자들은 대개 그렇다

그러니까 문제인 것이다

검은 비닐엔 만 원이 겨우 담기는데

게다가 단골이라니,

빨리 이 동네를 떠나야겠다는 생각뿐

가끔은 당신의 칼과 악수하는 상상

그때는 기쁘게 속삭이고 싶다

 

아저씨, 나는 더 무서운 사람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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