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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 홍지호
버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버리기 위해서 쓴다
쓰게 되면 버릴 것들이 생기니까
나의 사랑하는 자여
나는 사랑해서 너를 썼나
너를 쓰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나
나의 사랑하는 자여
나에게는 언제나 순서가 문제였지만
순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오늘의 안식은 어제의 기념
계절은 바뀔 것이나
기념은 계속될 것이다
어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날이므로
어제를 쓰기 위해
오늘은 계속 버려질 것이므로
사랑의 창조자여
내가 일요일과 월요일 중 어느 쪽이 한 주의 시작인가에 대해 골몰할 때
오늘은 지나가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올 것처럼
오늘이 온다
가끔 너는
버리기 위해 너를 썼냐고 물을 수 있다
그건 내가 너를 쓴 의도와 다른 것이지만
너는 그럴 수 있고
너는 물을 수 있지만 나는
대답해 줄 수 없다
나를 창조한 나의 피조물이여
나의 사랑하는 비문이여
너를 내가 썼다
내가 너를 썼다고 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 사랑하는 자여
문장에는
순서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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