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포도나무 / 신양옥
폭설과 한파에도
포도나무는 절기의 상속자답게 굽었던 등뼈를 치켜세운다
꽁꽁 언 나무의 손을 잡아주면
도화선을 따라 불이 타들어 가듯 마른 가지에 혈이 트이고
휘청거리던 허리에도 봄의 온기가 번진다
지난해 잘린 가지 끝에
딱딱하게 웅크린 시간의 지문은
방황의 길에서 되돌아오지 못한 탕자의 흔적인가
몸속을 떠도는 안개가 수없이 변곡점을 편입시키듯
나를 묵인하며 시작된 고백은
발자국을 지우며 따라오는 모래바람처럼
아직 내 안에 고여 있는 어떤 무게도 내려놓지 못했다
바람만 스쳐도 땅을 움켜쥐던 포도나무가
말랑말랑하게 햇빛이 고이는 환부마다 칸칸이 창문을 낸다
따뜻한 흉터는 다시 꽃이 피는 자리
생명의 숨구멍이 햇솜처럼 부풀어 오른다
화석처럼 눌려 있던 마음자리에
환하게 꽃눈을 터뜨려 새날을 품는 포도나무
높은 하늘이 꽃의 입구에 닿아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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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시는 기쁨이자 치유, 나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힘
'기독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잠시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막상 전화벨을 타고 전해지는 당선 소식을 들으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때마침 차창 유리에 부딪혀 내리는 빗방울이 천상의 선율처럼 다가와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반짝거리는 별빛 같았습니다.
시는 저에게 기쁨이자 치유였고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어둠 안에서 빛 부스러기를 꺼내는 것처럼 고통 속에서도 시 쓰기만은 놓을 수 없었습니다. 상처와 흉터가 보기 싫은 흔적이 아니라 그 상처와 흉터의 자리에서 끝내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기쁜 소식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국기독공보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전주중부교회 박종숙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성도님들과 여러 문우님, 기도로써 응원해준 가족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하늘에 계신 그리운 아버님께도 이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며 더욱 정진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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