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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청동 하늘을 그리며 / 김진혁
-가야의 유물 발굴 현장을 보며
가만 가만 붓끝으로 천년 햇살 털어내면
곰삭은 얼굴들이 소스라쳐 잠을 깨우고
질박한 선대의 숨결이 일렁이는 청동 하늘.
척박한 이 땅에도 씨를 뿌린 발자국들
투박한 빗살무늬 장안수도 넘쳤거니
손 모아 빌었던 원(願)이 그 하늘에 내린다.
시원(始原)의 빛을 썰어 다져진 일상의 뜰엔
태초의 햇살이 꺾여 절룩이며 쏟아지고
꿈꾸던 아늑한 요람 침묵으로 젖은 고독.
충혈된 준 비비며 매듭 못 푼 그대 꿈이
무덤 속 일월을 덮고 한(恨)이 되어 머무는가
이제야 드러낸 나신(裸身) 눈빛 세워 일어선다.
어디로 떠났는가 토기(土器) 목에 감긴 상념
핏줄은 진한 인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각진 운명이라도 다독이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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