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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예당평야에서 / 차승호
들판에 서서 사는 사람들은 들판이 되어간다
낡은 베잠방이 꼿꼿한 작대기로 서서
들판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
가득하면 가득한 대로 텅 비면 빈대로 떠나지 않고
사철 부는 텃바람을 닮아간다
윗논둑 지나 아랫논둑 넘나들며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흙 묻은 발을 씻고
등줄기 흥건했던 땀을 식히며 돌아오는 사람들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그들의 생애가
어두워지는 세상 불 밝히고 있다
둘러보아라, 하찮은 쑥부쟁이 한 줄기
하찮은 미꾸라지 한 마리 자갈 하나 쇠똥 한 무더기까지도
견딜 수 없는 몸부림이 있구나
이것들이 모두 누구의 손끝에서 나오겠느냐
이 사소한 것들이 가슴 더워지는 사랑되느니
들판에 서서 들판이 되어 가는 사람들
토담집 들창에 불을 켜고 저녁을 먹고 툇마루에 앉아
별을 보다가 잠이 들면
말없이 잠든 베갯맡으로 우수수 별똥별 쏟아지나니
[우수상] 이 강에서 / 최수근
아무것도 모르는 바람과
철없이 고개 끄덕이는 풀잎과
지난밤 실바람에 너울진 물결과
근심으로 날(刀) 을 세운 달빛과
풍경만을 그리는 화가와
다가가면 멀어 지는 기차와
더 멀리 부를 수 없는 이름과
오랫동안 다리 위에서 서성이는 남자와
더불어 아득해진 마음은
다시 물결에 몸을 숨깁니다
가로등 불빛이 한꺼번에
강물에 뛰어 듭니다
바람과. 풀잎과. 달빛 속으로
그리움이 감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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