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제1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심사평

 

총 874명이 응모하여 예년과 비슷한 성원을 해주었다. 심사위원들은 그중 예심을 통과한 11명, 강민근, 구현우, 김창훈, 김해슬, 김혜린, 이시용, 이재은, 임지은, 최설, 최세운, 최수현의 시에 주목하였다. 이 중 습작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기성의 시를 연상시키는 경우를 우선 배제하였고,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온 덕목인 자기만의 개성적 목소리가 시편에 내재되어 있는가를 중시해서 최종적으로 5명의 응모작으로 압축하였다. 강민근, 구현우, 김창훈, 임지은, 최수현 시를 두고 심사자들은 장고(長考)에 들어갔으나, 흔쾌히 당선작을 내기 어렵다는 데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심에 남은 대상작들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선 시편의 완성도가 높은 경우는 누군가의 시와 닮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몇 해 전부터 신인상 심사 때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시단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시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편들이 많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제기되었던 문제다. 올해에도 여전히 유사한 한계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편,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준다 해도 앞으로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봄직한 특유의 패기와 고유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시편이 눈에 띄었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었을 텐데, 매력적인 신인들이 보유하기 마련인 그러한 미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심사자들의 고민을 깊게 하였다. 마지막까지 이야기된 것은 최수현의 시였다. 속칭 ‘B급 정서’로 불리는 도발성과 불량함이 스산한 불안감과 우울의 정서와 결합된 양상이 또 다른 세대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졌고, 이를 파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설의 형식이 아닌 정제된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정서의 양식화가 심사자들이 판단하기엔 모 시인의 경우와 너무나 닮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었다. 최수현의 시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것을 끝내 주저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기시감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적 개성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좀더 과감한 실험성과 용기 있는 일탈이 그에게는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심사자들은 이러한 논의 끝에 결국 올해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의 당선작은 내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기대를 갖고 소식을 기다렸을 응모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응원과 감사의 말을 드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