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상] 스물다섯 살의 바다(잉크편지) / 이재성

 

수평선으로 붉은 바람이 붑니다

하늘에 붉은 부리 갈매기가

저녁을 향해 무리지어 날고 있습니다.

귀향명령을 받고 처음으로

당신이 넣어준

금촉 만년필에

여기 북태평양 저녁 바다를 닮은

잉크 가득 채워 처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고백하자면 여러번 전화를 걸고 싶었습니다.

바다가 고립무원은 아닙니다.

선박용 해상위성전화로 당신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으나

그리움이란 바다동물을 상하지 않게 소금에 절여

냉동창고 깊은곳에 넣어 놓았습니다.

잊은것은 아닙니다.

언제라도 녹이면 싱싱하게

되살아나도록 감춰두었을 뿐입니다.

북양은 거대하고 추운 바다입니다.

봄에서 여름부터 짙은 바다안개에 갇히고

시월부터는 안개가 눈이되어 내렸습니다.

하루종일 지나가는 배 한척 보지못하고 파도만 바라보다 잠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나에게 기다림이란

어창을 가득 채우는 일이어서 어창이 차면

남쪽 바다로 돌아가는길이어서 보급품을 실은 운반선이 찾아왔을때도

몇 자 안부를 담아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 편지는 나와 함께 귀국할 것입니다.

소인대신 하얗게 터진

내 입술을 찍었습니다.

 

 

 

[장려상] 노래하고 춤추며 바다로 나아가자 / 김용수

 

누워 있는 한반도 사람들에게 일어나 바다로 나아오라고

동해 바다는 왼손을 들어 올리고

서해 바다는 오른손을 들어 주니

남해 바다는 허리를 껴안아 일으켜 세워 주고 있다

세계로 나아가라고 잡아 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바다

 

더 큰 바다로 나아가라고 오늘도 쉬지 않고

모래톱을 흔들면서 우리를 깨우고 있다

 

우리는 바다가 있기에 배를 만들고

큰 바다를 바라보면서 더 큰 배를 만들어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넓은 바다는 우리의 길이요 힘과 꿈 희망

작은 바다의 환송을 받으며 큰 배들은

꿈과 희망을 싣고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동해 바다는 등대요 서해 바다는 포구라고 할 때

남해 바다는 항구이니

꿈과 희망을 안고 바다로 달려 나아가자

 

바다가 노호하는 날에도 선단은 바위처럼 굳게 섰으니

흔들림이 어디 있으랴 떨림이 어디 있으랴

상인들이 이끄는 만선의 커다란 선단이

바다로 나갈 때는 희망이요

돌아 올 때는 기쁨이니 삶의 보물 창고이다

 

우리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언어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만남을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아니 영원히 노래하고 춤추며 바다로 나아가자 






[장려상] 처녀출항 / 임세한

 

삼각파도가 갑판을 휩쓸고 갑니다

무쇠 용골이 물보라에 뒤덮이고

휘청, 우현과 좌현이 기우뚱거립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어디 있나요

저 해일을 쩡쩡 가를 수 있을까요

벌써 한 달포쯤 달려온 바다는

흔들리는 하늘과 수평선뿐입니다

질긴 어둠과 견딜 수 없는 멀미뿐입니다

아직 어머니에게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545톤 트롤원양어선을 타고

내가 꿈꾸는 어장은 어디 있을까요

나뭇잎같이 흔들리는 나의 항해

나의 출항은 아직 빨강색입니다

수박만한 돌덩이가 머릿속을 굴러다니고

먹고 토하고 다시 먹어야만 하는

오장육부까지 비워내야 하는 나의 멀미

바다 출렁임과 한 몸이 되기 위해

오늘도 생선비늘 퍼런 갑판에 섭니다

엔진의 가속레버를 더욱 당기며

GPS의 길을 따라 어탐을 켜듭니다

저 고요한 수평선 너머, 밤하늘엔

내가 찾는 별들이

오늘도 물고기 비늘로 반짝거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