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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군번 외우기 / 조명숙

 

돌아가신 아버지 이제 군번 새겨진

양은 목걸이만 남아 책상 속에 남아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받게 되는

군번은 이름보다 군인에게는

소중하다고 항상 걸고 다니면서

백마고지 탈환 한 그 벅찬 승리감에

늘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살다가신 내 아버지,

한번 군인은 영원한 군인이라고

돌아가실 때도 군복을 수의처럼

입고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국민학교 시절 현충일 때였을 것이다.

 

군번을 목에서 꺼내 보이시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 얼굴이시던지

손때가 묻은 만큼 더 빛나보이던

그 아버지의 길고도 긴 군번을

나는 단 한번도 외울 수가 없었다.

 

군인은 군대를 떠나면서 군번 하나로 남게 된다고

군번 때문에 또 군대를 떠나도 군인이 된다고

치매에 걸려도 군번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상 외우시던 아버지의 군번,

어저면 아버지에게 주민번호 보다

군번은 이 세상 어려운 일들이

다 통하는 비밀번호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른다.

 

어느 고요한 숲 속에서 새와 청솔모를 기르고

눈과 바람과 비와 함께 잠든 비목 앞에도

군인의 이름 대신 군번을 먼저 확인하시던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내 가슴에 화인처럼

새겨진 군 번호, 하나 외우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금방 환하게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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