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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 정미정

 

나무의 중심은

제 속에 있는 게 아니었다

떨구어냈던 약점들

지나가는 되지빠귀 한 쌍을 불러 세워

가장 허술한 틈서리 둥지가 되었다

심한 바람이 밑동을 치면

기울기를 맞추느라

말없던 이모부, 불임의 이모에게 매단

느닷없는 혹처럼

추가 되던 둥지

잎이 마르자

되지빠귀 부리가 마르자

홀랑 벗어놓고 간

야윈 둥지

아직도 중심을 잡느라 용을 쓰는 것이다

아슬아슬 그 경계로

나무는 추운 겨울을 또 한번 건너는 것이다

위태한 가계에 달리는 절망 한 움큼을 위해

가슴팍이 뻐근하도록

마른 수액을 자꾸 올려보는 것

기꺼이

제 속에다 품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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