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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팽팽한 고요 / 정미경
벽은 소리로 가득 차 단단하다
소리를 제 몸 속에 구겨 넣은
가야금, 벽에 걸려 있다
움직이는 것만이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지
바람과 비벼지는 소리
끌어안으면서 꼭 그 깊이만큼 밀어내는
줄과 줄 사이는 팽팽하다
모서리를 빠져나와 어디론가 흘러간
물무늬 하나 소리를 따라
가만히 허리를 편다
열 두개의 발, 끊어진 가지 사이로
겨울을 건너는 소리들은 또
얼마나 단단해지려는지
속으로 제 힘살을 감아
먼 곳의 소리 하나 당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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