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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봄 혹은 부활 / 황재윤
마네킹 같던 모과나무 가지에 움이 돋는다
새벽 하늘에 해 뜨듯 피는 잎이 꽃 같다, 훤하다
퍼붓던 눈보라, 할퀴던 장마로 맺힌 상처
아, 살아도 죽은 듯 얼빠져 지내던 날
몇이었던가 늘 어둠이었을 몸 구석 어디에
이런 고요의 불꽃, 타올랐던지 솟아났던지
번개치듯 짜릿하게 몸 흔들며 되살아나는 시간들
배추밭, 봄동배추 매러갔다 우연히 만난
이 벽력의 흔적, 가지나 배추잎 볼 때마다 느껴지는데
죽음의 혈관엔 이렇듯 열정의 생이 들끓는 법이라
봄에 진 동백, 한겨울 기억으로
뜨겁게 다시 피듯 풀이불 덮힌 봉분이나
썪어 일몰하는 모과같은 것들에도
치는 벼락에 뜨는 해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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