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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木魚) / 변삼학
겨우내 뱃속에 가져온 알들을 산란하고 있다
대웅전 천정에서부터 앞마당까지
줄줄이 이어오던 알집의 줄기를 오층 석탑이
자신의 삼층 어깨를 고이 받쳐준다
마주보던 보리수나무가지들도
선뜻 성불하듯 몇 개의 단단한 팔목을 내어준다
그녀가 허공의 바다에 떠 있듯이 중생의 키 아래는
절대 알을 슬지 않는 그녀는 온 사찰에
의지 가지를 타고 봄 내내 출산을 멈추지 않는다
탄생의 축제 때가 되면 끊임없는
목탁의 공양을 먹고 자란 알들, 핵심의 눈에
환히 불이 켜지면서 부화된 오색연등(五色燃燈)들
꼬리지느러미에 소망의 명부를 달고
흐린 날도 찬란한 만국기처럼 절간의 하늘은 밝다
먼데서 바라보면 비색(比色)의 천궁이다
아니 어쩌면 용궁의 일주문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죄업을 닦아
용머리를 닮아가며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은
승천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제 고향인 용궁을 갈망하는 꿈을 꾸는 것일지도,
그녀의 배가 훌쭉 비어가고 있는 것은
거듭되는 산란 때문만은 아니다
전생의 업장소멸을 위해 비워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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