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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 하성훈

 

병실에 있는 여섯 노인은 하나같이

다리를 절거나 한쪽 팔을 못쓰거나 한다

조금 전에는 이웃 병실에서

오십대 후반의 남자가 형편상 삶을 접었다

고엽제 후유증과 당뇨에 오래 시달렸고

합병증으로 이미 한쪽 팔을 짤랐던

 

노인들이 병상에서 늘 응시하는 건

창 너머로 보이는 산기슭 봄풀들이다

아직 푸른 빛이 채 나지도 않는 풀들로

무엇을 그리워하기라도 하는 지, 아니면

행여 창밖에서 도사리고 있을

또다른 운명의 탄착점을 생각하는가

 

병원은 환자로 보호자로 유족으로

우리가 가끔씩 찾아오지만

다행히 곱게 죽어 시신이라도 있다면

망자가 되어 한 번 더 올 수 있는 곳

응급실 수술실 분만실에는 운명이란 것이

아주 냉정하게 인간을 기다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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