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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리의 새벽 / 정영주
묵호는 검은 고래다
새벽마다 허옇게
바다를 벗겨내는 어부들이
선창가에 비릿한 욕지거리를 잔뜩 풀어 놓으면
고래입같은 아가리 배에서는
온통 욕지기질로 헐떡이는 생선들
경매가 시작되면
선창가는 거대한 고래 뱃속이다
부시시 무너지는 어둠 속에서
퍼덕거리다 뒤로 나자빠지는 그네들의 흥정
독한 비린내까지 경매로 팔려나가면
묵호는 체증에 걸린 고래 뱃속을 빠져나간다
오징어처럼 먹물을 뒤집어쓰고도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파장의 도시-
하루를 새벽에 몽땅 떨이해 버리면
그제서야 졸음은 해일처럼 몰려온다
지난밤
오징어 배에 수없이 켜 놓은 알전구로
눈이 먼 어부들, 이제
눈꺼풀 안쪽에 비친 햇덩이가
200촉짜리 집어등만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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