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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위를 달리는 말 / 신혜정
분홍 빛 말이 나를 유혹했어요
말을 타려고 하는데 해진 바지 사이로 무릎이 보이네요
말장사 아저씨가 입은 회색 점퍼 소매에도 누런 솜털이 삐죽거려요
아까부터 아저씨는 저기 공장굴뚝처럼 기침을 토하고 있어요
나는 달리고 있었거든요
달리는 말 위에서 달리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나는 말 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위로 솟으면 초록과 빨강 줄무늬 천막이 보이고
내려오면 내 바지처럼 군데군데 구멍난,
쓰레기더미 같은 판자집이 보였어요
연탄재들은 오늘 아침 차에 실려 떠났어요
말장사 아저씨는 네발달린 의자에 안장처럼 앉아있네요
아저씨가 움직일 때마다 의자가 삐그덕 소리를 냈어요
나는 달리고 있었거든요
달리는 말 위에서 달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발굽 소리 대신 녹슨 스프링만 자꾸 삐그덕 거렸어요
창호지 바른 우리집 창문에 불이 켜지네요
이제 말들이 리어커 바퀴에 실려 떠날거예요
나는 달리고 싶었거든요
다리가 없는 분홍 빛 말 위에서 나는 달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엄마, 연탄재는 왜 또 내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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