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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 불이문 / 이덕완
두 개인 듯 하나로 보이는 구름 한 조각
금강산과 향로봉에 걸쳐 있다
나는 아내와 함께 건봉사 불이문에 들어선다
부처님 치아사리 모신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고
계곡 건너 금강산 대웅전엔
부처가 환하다
만행의 뜨거운 발자국이 보일 듯
돌다리를 경계로
금강산과 향로봉이 포개진다
같고 다름이 하나인데
이곳에는 모두가 둘이라니
민통선 철조망이 반세기 동안
녹슨 풀섶에서 가람을 두르고 있다
반야심경 독경 소리가 풀향기에 섞인다
깨진 기왓장에 뒹구는 낡은 이념들
초병들의 군화 발자국 절마당에 가득한데
목백일홍나무에서 떨어지는
자미꽃의 핏빛 절규는
나무아미타불탑 위의 돌봉황에 실려
북으로 가는가 갔는가
적멸보궁 터진 벽 뒤로 날아가는
하얀 미소를 보며, 아내와 난
보살님의 준 콩인절미를
반으로 나누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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